UH-1H機, 운용 수명 40년 넘은 ‘고물’

  • 입력 2008년 2월 21일 03시 00분


“이륙한다” 마지막 교신… 사고원인 정밀 검토

19일 오후 11시 55분경 조종사와 승무원 등 4명이 탑승한 육군 UH-1H 헬기는 강원 홍천군의 기지를 이륙했다. 이 헬기는 국군수도병원으로 응급 환자를 후송한 뒤 ‘이륙한다’는 교신을 끝으로 의료진 소속 부대인 국군철정병원으로 향하던 중 오전 1시 10분경 경기 양평군 용문산 정상 인근 상공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군 당국은 사고 직후 부조종사인 황갑주 준위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해 수색작업을 벌여 사고 발생 2시간 40분 뒤인 오전 3시 52분경 용문산 남쪽 정상 부근인 용촌리 일대에서 헬기 잔해와 장병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육군 관계자는 “사고 헬기는 산기슭에 박혀 동체가 두 동강 난 채 크게 파손돼 있었고, 잔해가 반경 20m에 걸쳐 흩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사고 당시 용문산 정상 부근에 짙은 안개가 낀 점으로 미뤄 조종사들이 기상 악화로 시계(視界)를 상실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비행기록과 교신내용을 정밀 검토하고 있다. 사고 헬기는 지난해 10월 엔진을 새것으로 교체했고, 이달 초 정비를 받아 기체 결함일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것.

그러나 이 헬기는 기령(機齡)이 30∼40년이나 된 노후 장비로 여러 차례 안전 문제가 제기됐다. 군 소식통은 “UH-1H 헬기는 일선 지휘관들도 탑승을 꺼리는 낡은 기종”이라고 밝혔다.

UH-1H 헬기는 1968년부터 1990년까지 미국에서 총 120여 대가 도입되었으며 육군에서 운용하고 있다. 이 헬기 가운데 절반 이상이 기령 30년을 넘겼고, 후속 기종 사업이 늦어지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

이번에 추락한 헬기도 1990년 도입됐지만 기령은 42년으로 운용 수명인 40년을 넘긴 상태였다. 이 기종은 1990년 이후 지금까지 10여 차례 추락 사고를 일으켜 ‘사고 기종’이란 오명을 써 왔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