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서영아]日 한일미래 토론 열기, 외교훈풍 몰고왔으면

  • 입력 2008년 1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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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는 한국의 새 정부 출범에 따른 한일관계를 전망하기 위해 양국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가 잇달아 마련됐다.

18일 게이오(慶應)대에서 열린 ‘이명박 정권과 한일관계 비전그룹의 제언’ 토론회는 내로라하는 지한파 학자와 관료, 언론인 150여 명이 몰리는 바람에 예정보다 더 넓은 장소로 옮겨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새 비전을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한중일과 한미일, 두 개의 삼각구도 하에서 공통분모가 되는 한일 간에는 20년 뒤를 염두에 둔 미래지향적 비전을 공유하면서 현재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이명박 당선인이 “일본에 사죄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 큰 관심을 끌었다. 일각에선 “4년 전 노무현 대통령도 같은 발언을 했다”며 이 발언이 과연 지켜질지 의문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야 요시히데(添谷芳秀) 게이오대 교수는 “이 발언으로 일본인들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과거사 문제를 먼저 일본인들 스스로 정리해 달라는 주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동안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나 교과서 문제가 불거지면 중국과 한국이 즉각 반발하는 바람에 일본 내의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지만 이제 일본 스스로 결론을 내야 하는 큰 과제를 떠안게 됐다는 해석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속내를 드러내면서도 흥분하지 않았다. 한 방청인은 “한국과 친하면 일본이 손해”라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댔고, 한국 측 연사는 일본의 문제점을 차분히 지적했다. 흔히 보이던 감정적 대응은 없었다.

22일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한국 신정부의 대북정책과 한일협력’ 정책포럼에도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총출동했다. 여기서도 이명박 정부의 대외정책 자세로 볼 때 일본과의 정책 협조가 가능하고 한미일 협력도 확대할 수 있다는 기대가 주를 이뤘다.

현실적으로 한일 간에는 대북 문제와 대미, 대중 관계에서 힘을 합쳐야 할 분야가 적지 않다. 단순히 양국의 차원을 넘어 글로벌 이슈에 관해 협력할 일이 많아질수록 한일 간에 깊은 이해와 신뢰가 필수적임은 물론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냉랭했던 한일관계에 바야흐로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부디 실현됐으면 한다.

서영아 도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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