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미국 경기 침체로 인한 글로벌 금융 불안 사태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관련 대책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 관계자는 22일 “최근 이 당선인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등으로 인한 금융 불안에 대해 인수위의 보고를 받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 말기에 외환위기를 맞았지만 나는 이러다 집권 1년도 안 돼 (국제 금융 불안으로 인해) 경제 위기를 맞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걱정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 금융 불안이라는 위기를 잘 헤쳐 나가자는 자기 다짐 비슷한 말이었지만 세계 경제 환경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 경계를 감추지 못한 듯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인수위는 “우선적으로는 현 정부가 대처하는 게 옳다”면서도 국제 금융 불안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만큼 태스크포스(TF) 구성 및 새 정부 출범 후 각종 대책을 내놓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미국 경기 침체라는, 우리 정부가 손쓰기 어려운 외생변수로 인한 위기가 닥쳤지만 넋 놓고 뉴욕 증시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외국 자본의 급속한 이탈을 막고 이명박 정부의 ‘친(親)기업적 환경 조성’ 의지를 세계에 체계적으로 홍보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제 금융 위기가 올해 상반기 내내 지속될 것이라는 비관론도 인수위 내에 있다”며 “이럴 경우 ‘경제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정부의 연착륙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대대적인 감세 조치 등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정부 오늘 금융시장 긴급 점검회의▼
글로벌 증시의 폭락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정부가 긴급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재정경제부는 2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김석동 재정경제부 제1차관, 이승우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이승일 한국은행 부총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정책협의회를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금감위와 금감원도 펀드 대량 환매 불안이 높아짐에 따라 시장 불안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에 착수했다고 22일 밝혔다. 우선 최근 펀드 환매 동향과 외국인투자가를 비롯한 투자자별 매매 동향 등의 자료를 실시간으로 챙겨 보면서 시장 상황을 집중 감시하기로 했다. 이들 금융감독 당국은 특히 펀드 환매 동향에 관심을 보이면서 앞으로 이틀간의 동향이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당국은 아직까지 적립식펀드의 자금 대량 이탈 조짐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코스피지수가 1,500 선을 밑돌면 주식형 펀드 전체의 40% 비중을 차지하는 적립식 펀드의 자금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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