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報 수장이 정보 누설… 사법처리 불가피

  • 입력 2008년 1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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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께 사죄”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국가정보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의 ‘평양 대화록’이 자신의 책임하에 유출됐다고 인정하고 사의를 표명한 뒤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국민께 사죄”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15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국가정보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의 ‘평양 대화록’이 자신의 책임하에 유출됐다고 인정하고 사의를 표명한 뒤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지난해 대선 전날 평양을 방문해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나눈 대화록 유출 장본인임을 자인하고 사의를 표명하기까지 유출자를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졌다. 국정원이 문제의 대화록을 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보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수위에서 유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인수위는 자체 조사를 거친 뒤 인수위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하고 국정원에 유출자 색출을 요청했다.

본보는 인수위와 국정원 취재를 통해 대화록 유출에 국정원 수뇌부가 개입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11일자 A1면에 ‘국정원장 평양대화록 국정원서 유출’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보도했다.

김 원장은 이후 칩거하며 고민한 뒤 15일 출근 직후 기자회견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오후 준비해 온 한 장짜리 사퇴문을 5분여간 낭독한 뒤 머리를 깊이 숙여 인사한 뒤 질문을 받지 않은 채 곧바로 자리를 떴다.

국정원 직원들은 “늦게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다행”이라며 안도하는 표정이었으나, 김 원장이 검찰 수사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영상취재 :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친분 있던 14명에게 대화록 전달=국정원은 5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방북 배경과 경과’라는 보고서만 제시했다. 인수위 관계자들이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며 추가보고를 요청하자 김 원장이 ‘김양건 통전부장과의 환담 내용’이라는 문제의 대화록을 작성했다. 직원들은 이를 8일 인수위에 보고했다.

김 원장은 인수위 보고 후에도 여론의 의혹이 분분하자 평소 친분이 있는 국정원 퇴직 직원과 한 신문사 간부 등 14명에게 대화록이 담긴 보고서를 전달했다.

김 원장은 9일 간부 C 씨를 통해 한 신문사 간부에게 ‘보도하지 말 것’을 전제로 보고서를 넣은 봉투를 전달했다. 이 신문사는 10일자 1면과 6면에 보고서 사진을 포함한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국정원은 보도 후 13일까지 인수위 및 국정원 퇴직 간부들을 조사했다. 김 원장은 자신이 제공한 자료가 보도된 것을 확인하고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장의 해명과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대화록 내용의 진실성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김 원장이 대화록에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 기록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진짜 대화 내용은 당사자인 김 원장과 수행원들만이 알고 있는 상태다.

▽추가조사-사법처리 검찰 몫으로=국정원은 이날 “자체 조사는 끝났다”고 밝혀 추가조사 및 사법처리는 검찰의 몫이 됐다. 검찰은 직접 수사에 나설 수도 있고 인수위나 시민단체의 고발을 받아 수사에 나설 수도 있다. 검찰은 대화록 내용을 파악한 뒤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 원장의 사법처리 여부는 문건의 내용이 국가정보원법 등에 따른 비밀인지에 달려 있다. 국정원직원법 17조는 ‘국정원 직원이 재직 중이거나 퇴직한 후에도 직무상 지득(知得)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어기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다.

검찰 중견간부 출신의 변호사는 “국정원장이 북한을 방문한 것부터가 비밀이고, 북한에서 누구를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도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경지검의 중견간부는 “정식으로 비밀로 분류되지 않았다면 비밀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면서 “해당 문건의 비밀성이 있는지, 내부적으로 비밀로 분류했는지, 일반인들이 알게 되면 안 되는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제공=인수위, 편집 : 동아일보 사진부 이종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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