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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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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관료를 중용할 때 평판이나 과거 경력보다는 능력을 중시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확정한 정부 부처의 파견 공무원 명단이 발표되면서 공직 사회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 기조와 배치되는 정책을 주도했거나 한때 논란을 빚기도 했던 상당수 관료도 실력만 있으면 전문위원으로 발탁됐기 때문이다.
또 이 당선인이 서울시장으로 일할 때 주요 역점 사업을 성공시킨 서울시 공무원은 다수가 인수위 전문위원에 포함된 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한 명도 들어가지 못해 눈길을 끌었다.
○ 실력으로 인정받은 관료들
재정경제부에서 파견된 최중경(52·행정고시 22회) 세계은행 이사와 조원동(52·행시 23회) 차관보, 건설교통부에서 파견된 서종대(48·행시 25회) 주거복지본부장 등은 이번 전문위원 명단에서 특히 눈에 띈다.
기획조정분과위로 파견된 재경부 조 차관보는 경제부총리와 차관을 보좌하면서 현 정부 핵심 정책라인에서 기획조정 업무를 맡아 왔다. 경제부처의 1급들이 현 정부와 결이 다른 새 정부에서 옷을 벗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는 점에서 그의 발탁은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경제2분과에서 일하게 된 건교부 서 본부장도 수요 억제를 골자로 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입안하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그동안 그가 관여했던 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배치되는 부분이 많지만 서 본부장만큼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잘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가 드물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경제1분과에 파견된 최 이사는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으로 있던 2004년 공격적인 환율시장 개입으로 손실을 냈다가 정치권의 비판을 받은 뒤 2005년 7월 임기 2년의 세계은행 이사에 파견됐다. 현 정부 고위 인사들과 ‘코드’나 업무 스타일도 맞지 않아 작년 7월 임기가 끝났는데도 귀국하지 못하고 올해 7월로 임기가 연장됐지만 국제금융 분야의 능력이 뛰어나다.
형태근(51·행시 22회)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인수위 파견이 결정되기 직전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전달받은 ‘이 사람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정치 관료로 유명한 인물. ○○○와는 ××고 동창이라서 아마도 발탁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메모의 당사자. 이런 물의가 빚어졌는데도 전문위원으로 결정된 것은 외국기업 연구개발(R&D) 센터 유치 등 여러 정책을 주도한 점이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실력을 중시하는 인선은 정무분과 전문위원인 김유환 국가정보원 경기지부장의 발탁에서도 엿볼 수 있다. 김 지부장에 대해 이 당선인 측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당선인의 반대편에 서 있던 사람 아니냐”며 이의를 제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력’을 우선시하는 선발 기준에 따라 김 지부장을 전격 발탁했다는 후문이다.
외교안보분과 전문위원으로 발탁된 이용준(52·외시 13기) 외교통상부 북미국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담당 심의관은 외교부 내 엘리트 코스를 밟은 ‘미국통’이며 북핵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인 신정수 국무조정실 총괄심의관은 능력을 인정받고 있고, 정무분과 전문위원인 성용락 감사원 홍보관리실장은 ‘감사의 실력자’로 꼽힌다.
○ 서울시는 웃고 공정위는 울고
서울시는 ‘이명박 서울시장’ 아래서 업무 역량을 인정받았던 간부들이 속속 인수위에 합류하자 반색하고 있다.
서울시의 김병일 경쟁력강화본부장과 장석명 정책기획관은 인수위 전문위원에 발탁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26일 이봉화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이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위원, 장석효 전 행정2부시장이 한반도대운하 태스크포스(TF) 팀장으로 각각 선임된 것까지 합하면 4명의 전현직 서울시 간부가 인수위에 합류했다.
반면 공정위는 인수위에 전문위원 후보 2명을 추천했는데도 반영되지 않자 이 당선인이 ‘출자총액제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과 맞물려 ‘공정위 업무 축소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 때리기’의 상징적 부처였던 공정위는 공정위의 위상과 권한 강화 필요성을 설득할 중요한 창구가 사라졌다고 보고 이 같은 기조가 향후 단행될 정부 조직 개편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편집국 종합
정리=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이경숙 인수위장 “정부조직 기능 위주 개편… 공무원 불안해 말라”▼
이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에서 간사단 회의와 기자회견을 잇달아 열고 “정부 조직 개편은 속도를 내되 차분하게 점검하겠다. 이명박 당선인이 공무원 수는 줄이지 않고 기능 조정을 통해 정부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했는데 인수위 생각도 마찬가지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공무원들이 불안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본다. 인수위는 근본적으로 공무원을 신뢰한다”면서 “과거 정부의 일 중 수정될 것은 수정하고 잘된 것은 계승 발전해야 한다. 국정은 연속성과 안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관료사회의 문제점이나 집단 이기주위를 용인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은 강력히 시정돼야 한다”며 공무원 사회에 대한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인수위는 점령군이 아니다. 권력기관이 아니라 한시적인 실무 기구라는 원칙을 지킬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 지침으로 △배려(care) △신뢰성(credibility) △협력(cooperation) △창조성(creativity) 등 ‘4C’를 공개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정기선 기자 ks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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