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정치 망친 17대 국회 ‘철새’들

  • 입력 2007년 12월 2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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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를 6개월여 남겨 둔 17대 국회는 유난히 이합집산이 심했던 국회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원내에서만 열린우리당 자유민주연합 국민통합21 등의 정당이 문을 닫았고, 중도개혁통합신당이 생겼다 사라졌으며, 대통합민주신당 중도통합민주당 국민중심당 창조한국당 참주인연합 등이 생겨났다.

▽두 번 이상 당적 바꾼 사람 101명=23일 국회사무처의 ‘17대 의원 당적 변경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지역구 의원 243명(현재 1명은 궐원) 중 136명은 한 번 이상(두 번 이상 바뀐 사람 101명 포함) 당적이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지역구 의원 가운데 당적이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사람은 106명이지만 이 중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15명을 빼면 17대 총선 당선 때의 당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의원은 91명(37.4%)에 불과하다.

이들 중에는 본인의 탈당 없이 소속 정당의 합당 등으로 인해 당적이 바뀐 경우도 있다. 단순히 소속 정당의 이름이 변경된 경우는 당적 변경 횟수에 넣지 않았다.

17대 국회에서 가장 당적을 많이 변경한 의원은 모두 5차례나 소속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의원이 21명이나 된다.

김한길 강봉균 등 이른바 ‘김한길 그룹’ 의원 18명은 노무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분리되는 ‘반(反)한나라당’을 만들 생각이었지만 대선 판도는 못 바꾸고 당적만 5차례 바꿨다.

유선호 신중식 의원은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민주당으로 갔다가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돌아온 경우. 신국환 의원은 무소속으로 당선돼 국민중심당에 입당했다 중도개혁통합신당 창당에 참여하고,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진 뒤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당을 옮겼다.

▽6개 시도에서는 당적 유지한 총선 당선자 아무도 없어=당적을 4번 바꾼 의원은 이인제 의원과 유필우 의원 두 사람이다.

이인제 의원은 자민련으로 당선됐으나 2005년 12월 탈당해 이듬해 1월 국민중심당에 입당했다가 올해 5월 민주당으로 옮겼다. 유 의원은 한 발 늦게 ‘김한길 그룹’에 합류한 경우다.

김효석 이낙연 김홍업 등 소위 ‘민주당 대통합파’로 불렸던 의원들은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합류하는 과정에서 당적이 3번 바뀌었고, 김영춘 김선미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한 뒤 지지하는 대선 후보를 위해 탈당, 각각 창조한국당과 참주인연합으로 갔다.

한편 광주·대전·충북·전북·전남·제주 등 6개 시도에서는 17대 총선 당선자 중 선거 당시 소속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의원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 의원 중 당적을 바꾼 일이 없는 국민중심당 심대평 의원은 보궐선거 당선자다.

한나라당 의원 중 소속이 2번 이상 바뀐 사람은 정몽준 박성범 의원이다.

정 의원은 당선 당시 국민통합21 소속이었으나 당을 없앤 뒤 무소속으로 있다가 최근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공천헌금 수수 의혹이 불거지자 탈당했다가 올해 7월 복당했다.

한나라당 소속이던 최연희 곽성문 의원은 탈당해 현재 무소속이다.

숱한 당적 변경이 있었지만 열린우리당 당선자 중 한나라당으로 옮기거나, 반대로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 또는 대통합민주신당으로 옮긴 경우는 없었다.

다만 열린우리당으로 당선된 강길부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으면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 지지를 표명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탈당-입당의 辯 ‘단골 메뉴’는…“대통합” “중도개혁”

17대 국회 들어 당적을 많이 바꾼 의원들은 그때마다 “국민의 비판을 달게 받겠다”면서도 ‘대통합’ ‘중도개혁’ 등 그럴싸한 탈당과 입당의 명분을 내놓았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민주당과 중도통합민주당을 만들었다가 다시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한 김한길 그룹은 ‘대통합’이 단골 메뉴였다.

김한길 의원 등은 2월 26일 열린우리당을 탈당할 때 “돌팔매를 맞더라도 대통합의 물꼬는 트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후 5월 중도개혁통합신당 창당, 6월 중도통합민주당 합당, 그리고 8월 다시 집단 탈당을 통한 대통합민주신당 합류 등 6개월 만에 4개의 정당을 옮겨 다녔고 그때마다 ‘대통합’을 내세웠다.

국민중심당 공동대표를 지낸 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까지 출마했던 신국환 의원은 5일 뒤늦게 대통합민주신당에 입당하면서 “국민이 하나 되는 중도정치를 열어 가야 한다”며 ‘중도정치’ 실현을 역설했다. 그는 민주당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에게 패한 뒤 11월 7일 민주당을 탈당할 때는 “이념과 정파적 대결에 휘말리지 않고, 문경시민과 예천군민의 뜻을 받들고자 다시 무소속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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