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바꾸면…행정경력 기준정해 ‘준비된 후보’ 길러내야

  • 입력 2007년 12월 2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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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와 이합집산, 급조된 출마로 얼룩졌던 17대 대선을 계기로 각 정당이 ‘준비된 후보’를 양성하고 이를 검증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정치권 안팎에서 일고 있다. 정당이 대선 후보의 경력 및 자격 기준을 정하고, 그에 맞는 인물을 키워내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각종 정치공방과 합당 또는 후보 단일화 등 정치공학적 행위에 의해 대통령이 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경험 풍부한 ‘준비된 후보’ 양성 필요=미국의 경우 최근 30년간 주지사, 고위관료 등 풍부한 행정 경험을 쌓은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추세다. 1976년 대선에서 뽑힌 지미 카터(39대) 전 대통령은 상원의원 두 번과 조지아 주지사를 역임했고, 이후 대통령들 역시 정치인 출신이더라도 모두 풍부한 행정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다. 로널드 레이건(40대) 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냈고, 빌 클린턴(42대) 전 대통령은 아칸소 주지사 출신이다. 현 조지 W 부시(43대) 대통령은 텍사스 주지사를, 아버지 부시(41대) 전 대통령은 유엔대사, 중국대사, 중앙정보국(CIA) 국장, 하원의원 및 두 번의 부통령을 역임했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추세가 어느 정도 정치권에 반영되고 있기는 하다. 3선 의원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올해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다 낙선했다. 대권 3수에 실패하긴 했지만 이인제 민주당 대선 후보도 노동부 장관에 경기지사 출신이다.

그러나 일정한 행정단위에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실적으로 대선에서 당선된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처음이다.

염재호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규모 차이는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을 하면 조직관리, 갈등조절, 행정의 우선순위 배정, 지방의회와의 관계 등 국정수행에 필요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면서 “정치판에만 있던 후보와 달리 유권자가 객관적으로 실적을 근거로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염 교수는 “이 때문에 행정 경험을 쌓기 위한 정치인의 지자체장 출마는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돌출 후보 난립 막을 경력 검증 시스템 필요=이 같은 ‘후보경력 관리 시스템’이 문화적으로 정착될 경우 인기나 조직, 개인적 야심에 의한 돌출후보 난립을 막는 데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통합민주신당 이상열 의원은 “정당이 대선 후보 자격을, 예컨대 ‘광역자치단체장을 지낸 자’로 정한다면 최소 4, 5년은 대통령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셈”이라며 “당선만 목표로 대선을 코앞에 두고 스타 교수나 인기 정치인을 영입하는 행위는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의 정치풍토상 이 같은 행정능력 검증시스템이 정착되기는 쉽지 않을 뿐더러 개인의 참정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당들이 정권을 잡는 데만 급급해 왔을 뿐 사람을 키우는 데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정당이 오랜 기간 후보를 준비하고, 그 후보를 통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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