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귀향맞이로 분주한 김해 봉하마을

  • 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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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잔치 엊그제 같은데… 이젠 좀 조용해질까요”

사저 공사 막바지… 봉화산 일대 ‘웰빙숲’으로

5년간 70만명 찾아… 방명록 메시지 ‘극과 극’

《퇴임을 2개월여 앞둔 노무현(61) 대통령의 고향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제17대 대통령 선거 다음 날인 20일 노 대통령이 어린 시절 자주 올랐다는 봉화산 정상의 ‘사자바위’는 묵묵히 마을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곳에서 내려다본 봉하마을 곳곳에서는 노 대통령의 귀향에 대비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125명의 이 마을 주민들은 ‘참여정부’ 내내 영욕을 함께한 사람들. 하지만 차기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된 다음 날 이 마을 주민들의 얼굴에서 5년 전 노 대통령 당선 당시의 기대와 흥분은 찾아볼 수 없었다. 》

○ 5년 만에 전원마을로

노 대통령이 취임한 2003년 초 소형차 두 대가 비켜가기 어려웠던 마을 진입로는 이제 왕복 2차로로 말끔히 포장돼 대형버스 출입에도 불편이 없었다. 잡초로 무성했던 마을회관 앞 농로도 5년 만에 콘크리트로 정비됐다.

이들 도로, 농로의 정비공사 중 일부는 노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 씨가 직간접으로 관련된 회사에서 수주해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은 내년 1월 20일 완공될 예정이다. 농촌 마을로는 이례적으로 도시가스가 공급되고 하수관로도 깔렸다. 각종 행사 때마다 흙먼지가 날리던 마을회관 옆 공터는 주차장, 관광안내소, 화장실을 갖춘 4800m²의 다목적 광장으로 바뀌었다.

이 밖에도 마을에는 갖가지 공사가 진행돼 중장비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김해시는 2003년 조성한 마을회관 옆 쉼터와 어린이 놀이터를 뜯어내고 그 자리에 각종 체육시설을 갖춘 2층짜리 종합복지관(연면적 365m²)을 짓고 있다.

대통령 사저 공사는 마무리 단계였다. 올해 1월 15일 착공한 노 대통령의 사저는 공정이 90% 진행돼 외형이 거의 드러났다. 사저에서 30m 떨어진 경호동 공사도 끝나가고 있다.

마을회관 옆에 들어설 연립주택 14채도 뼈대를 드러냈다. 89∼323m² 규모로 지어지는 연립주택들은 노 대통령 측근 인사들에게 분양될 것으로 알려졌다.

봉화산 일대는 국비, 지방비 등 30억 원이 투입돼 ‘산림경영 모델 숲(웰빙 숲)’으로 바뀐다. 이 주변에 현 정부 각종 기록물을 전시하는 ‘노무현 기념관’이 들어선다는 소문도 돈다.

○ “덕 봤다” vs “마음고생 컸다”

이날 이 마을에서 만난 40대 후반의 주민은 “마을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이 컸다”면서 “남들은 대통령이 나온 마을이라고 큰 덕을 봤을 것으로 생각할지 몰라도 도시가스가 들어온 것 빼고는 ‘특별 대우’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마을의 한 아주머니는 “툭하면 시위대가 노 대통령 선영을 찾아 마을로 들어오려다 경찰과 다퉜다”며 “대통령이 퇴임하면 마을이 조용해질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마을에서 5km가량 떨어진 진영읍 주민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진영읍에 사는 최모(35) 씨는 “봉하마을은 골목길까지 아스팔트로 포장돼 ‘도시’ 같이 돼 버렸다”면서 “옛날 모습이 사라져 아쉽다”고 했다.

김해시에서 사업을 하는 김모(44) 씨는 “오염된 적 없는 시골에 ‘웰빙 숲’이 들어서고 도시가스도 공급된다는 것 때문에 ‘김해시 봉하읍’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

봉하마을의 조용효(49) 이장은 “마을 주민들은 대통령 당선과 탄핵 등 기쁜 일, 궂은일을 지켜보며 울고 웃었다”며 “이제 고향에 돌아오는 그분과 조용히 지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 방명록에 비친 엇갈리는 평가들

5년여 동안 이 마을을 찾은 방문객은 70여만 명. 취임 첫해 19만8700명이 왔지만 노 대통령의 인기가 급락한 지난해에는 6만1000명에 그쳤다.

2월 노 대통령 고교 동기 기업가가 사들인 노 대통령 생가 입구에는 방명록이 놓여 있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쓰인 방명록은 200쪽짜리 50여 권.

취임 첫해 방명록에는 노 대통령에 대한 높은 기대가 반영돼 있었다.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어 달라’ ‘시골에서 대통령이 태어났다니 대단하다’ 등 긍정적인 내용이 많았다.

이듬해 ‘탄핵 정국’ 당시에는 ‘우리가 지켜드리겠습니다. 힘내세요’ ‘역사가 탄핵사태를 심판할 것이다’ 등 노 대통령을 격려하는 메시지가 많았다. 하지만 ‘제발 말을 가렸으면 좋겠다’ ‘너무 정치를 못하는 것 같다’ 등 실망 섞인 말도 적지 않았다.

2005년 이후에는 ‘경제를 살려 달라’는 글이 유독 많았다. 최근 방문객들은 ‘유종의 미를 거둬 달라’ ‘5년 동안 고생하셨다’는 내용을 많이 적었다.

진영=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봉하마을 속한 진영 제3투표소

이명박 41.4%-정동영 20.6%▼

한편 봉하마을이 속해 있는 진영읍 제3투표소의 개표 결과 한나라당 이명박 당선자가 최다 득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당선자는 1409표(41.4%)로 1위를 했으나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701표(20.6%)를 얻어 이회창 후보의 868표(25.5%)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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