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분야 10대 현안’ 대선 후보들에게 물었습니다

  • 입력 2007년 12월 14일 03시 02분


코멘트
《제17대 대통령 선거에는 역대 가장 많은 후보가 출마한 만큼 공약도 다양하다. 하지만 나라의 미래를 견인할 과학기술 분야 공약은 정치 경제 등 현안에 밀려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본보는 동아일보 과학자문단 10인이 선정한 과학계 주요 현안 10개를 구체적으로 질문했다. 이번 설문은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센터(KRC) 여론조사에서 1∼5위를 차지한 이명박(한나라당), 정동영(대통합민주신당), 이회창(무소속), 문국현(창조한국당), 권영길(민주노동당) 후보를 대상으로 했다.》

이명박… 배아복제 규제 완화 검토할 필요

정동영… 고교 문-이과 구분 폐지도 논의

이회창… 공무원 50%까지 이공계에 할당

문국현… 장차관-대법관에도 과기보좌관

권영길… 달 탐사 투자 전시행정 성격 강해

참여정부의 잘한 점,못한 점

노무현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해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는 과학기술부를 부총리급으로 승격시켰고 연구개발 예산을 출범 때보다 두 배로 늘린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이명박 후보도 “연구개발 예산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킨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했고, 이회창 후보는 “과기부 산업자원부 등 관련 부처가 중심이 돼 국가경쟁력 제고에 힘쓴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권영길 후보는 “뽑을 만한 것이 없다”고 답했다.

가장 잘못한 정책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목표로 추진한 10대 성장동력 산업이 중국과 일본에 밀려 샌드위치 위기에 놓인 점”이라며 “과학기술정책과 산업정책의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후보들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사건’을 예로 들며 맹목적 성과주의와 몰아주기식 지원이 문제였다고 답했다.

“과학 과목 수업시간 대폭 늘리겠다”

이달 초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06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PISA)에서 15세 이상 한국 학생들의 과학 성적은 57개국 가운데 11위였다. 2000년 1위, 2003년 4위에서 한참 밀려났다.

이에 대해 모든 후보가 중고교 과학 과목의 수업시간을 늘리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명박 후보는 “과학 과목 비중 증가, 내실 있는 과학교육 프로그램 개발, 우수한 과학교육자 육성이 시급하다”고 답했다.

정동영 후보도 “(과학 과목) 시간 수를 추가하고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실험 실습 위주의 수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회창 후보도 “과학 성적이 떨어진 것은 과학 과목 비중 감소가 원인”이라고 했다.

7차 교육과정에서 중학 1학년과 고교 1학년 학생의 과학 수업시간이 주당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고 교과 내용도 축소됐기 때문에 실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문과-이과 구분 없애야”vs“신중 검토”

올해 초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6개 과학기술단체는 고교에서 문과와 이과 구분 없이 수학, 과학, 사회 과목을 각각 2과목 이상씩 이수하게 할 것을 주장했다. 문과와 이과의 구분 때문에 학생들이 균형 잡힌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는 “문과 이과 구분은 오래된 체계이므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적성과 능력에 따라 진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올바른 길”이라고 신중한 견해를 보였다.

정동영 후보는 “‘국가미래전략교육회의’를 설치해 문과 이과 구분을 실질적으로 없애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권영길, 문국현 후보는 문과 이과를 구분하지 않고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견해였다.

“이공계 출신 국회의원 대폭 늘리겠다”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정부 부처 1급 이상 고위 공무원 1297명 중 이공계 출신은 28.3%(367명), 국회의원 중 과학계를 대표하는 비례대표는 단 2명이다.

이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가급적 많은 이공계 출신이 국회와 정부에서 활동하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비율은 제시하지 않았다.

정동영 후보는 “국회의원과 대통령비서관의 30%, 고위 공무원의 50%를 이공계에 할당하겠다”고 했다.

이회창 후보도 “국회의원 비례대표를 대폭 늘리고 공무원의 이공계 비중도 40∼5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밝혔다.

문국현 후보는 “국회 비례대표와 고위 공무원, 청와대, 국무조정실 공무원의 이공계 비중을 30%로 올리고 각 부처 장차관과 대법관에 과학기술보좌관을 두게 하겠다”며 “국무총리도 이공계 출신으로 뽑겠다”고 했다.

이에 비해 권영길 후보는 “단순히 이공계 출신자 비율을 늘린다고 올바른 정책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면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사태처럼 일부 엘리트 과학계 출신들이 잘못된 판단을 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배아복제 규제법안 찬성 vs 반대

‘황우석 사건’ 이후 국내 배아복제 연구는 크게 위축됐다. 개정된 ‘생명윤리법’은 인간 난자의 사용을 대폭 제한하면서 인간의 난자에 동물 체세포를 이식하거나 동물 난자에 인간 체세포를 이식하는 이종 간 체세포 핵이식도 금지했다. 과학계에서는 연구를 지나치게 규제하는 법이라며 반발한다. 후보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이명박 후보는 “독일과 같은 선진국도 엄격한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법 개정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줄기세포 연구를 활성화할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정동영 후보는 “줄기세포 연구의 진전 및 사회적 인식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속적인 개선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고, 문국현 후보도 “배아복제 연구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회창 후보는 “생명윤리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연구라면 국가적으로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현행 법안에 동의하는 쪽이었다.

권영길 후보는 “배아복제 연구는 금지돼야 한다”고 명확하게 답변했다.

“2020년 전에도 달에 갈 수있다”

정부는 최근 2020년 달 탐사 위성 1호(궤도선)를, 2025년 2호(착륙선)을 발사하겠다는 ‘우주개발사업 로드맵’을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어려운 목표라고 지적하고 있다.

권영길 후보를 제외한 4명의 후보는 조건을 붙여 2020년까지 달 탐사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명박 후보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국력에 걸맞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문국현 후보는 “정보기술(IT)에 기반을 두고 대학과 벤처기업을 적극 활용하면 5년 앞당길 수도 있다”고 했고, 이회창 후보도 “원천 핵심기술을 개발하면서 투자를 늘리면 2020년 전이라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권영길 후보는 “우주탐사 투자가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사고는 미국 경험에서 얻어졌다”며 “정부의 우주개발 계획은 전시행정 측면이 강하다”고 비판했다.

서남표 KAIST 총장 개혁에는 모두 긍정적

후보들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남표 총장의 정년보장(테뉴어) 제도 심사규정 강화 등 개혁방식에 대해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이명박 후보는 “너무 경쟁만 강조하면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해쳐 오히려 우수한 학자들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을 꺼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후보도 “개혁 방향은 옳더라도 교수와 학생, 학부모의 지지와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회창 후보는 “테뉴어 심사 강화는 세계적 명문대와의 경쟁을 위해 우리가 극복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문국현 후보는 “IT나 생명공학기술(BT) 등 이공계 분야는 국제무대에서 살아남을 실력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영길 후보는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대학의 학생 선발 과정은 평준화 교육의 취지에 반하지 않도록 하고 사회적인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명박정동영이회창문국현권영길
참여정부 과학기술정책 중 가장 잘한 것과 잘못한 것은연구개발 예산 증가/성장동력 산업 샌드위치 위기국가혁신체제 수립, 연구개발 예산 증가/성과주의와 몰아주기식 지원기초산업, 성장동력 과제 추진/특정 연구에 지원 편중과학기술부 장관부총리 격상, 연구개발비 증가/스타 과학자에 의존한 정책없다/줄기세포 연구 지원을 비롯한 성과주의
우리 기술로 달 탐사가 가능하게 될 시점은충분히 준비하면 10년 내에도 가능2020년 달 탐사 위성 발사, 2025년 달 표면 탐사 착수핵심기술 개발하고 투자 늘리면 2020년 전에도 가능2015년 달 탐사 위성, 2025년 화성 탐사선 발사 가능사려 깊지 못한 전시 행정
배아복제 연구 규제에 대한 의견과 줄기세포 연구 지원 계획은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나 종합적인 재검토로 사회적 합의 도출현행 법규 존중하나 향후 지속적인 개선 보완 필요생명윤리 문제 극복하면 연구개발 투자 확대과도하거나 불합리한 규제는 연구의 장애체세포복제 금지, 잉여배아 연구 허용, 성체줄기세포 연구 지원 강화
10년 뒤 한국을 먹여 살릴 과학기술은전통산업과 첨단 IT산업의 융합항공우주, 로봇·기계, 바이오, 문화콘텐츠, 친환경 산업 등 글로벌 톱10 산업 육성NT, BT, IT, CT의 융합기술IT 융합, 바이오·의료, 에너지·환경, 항공우주, 문화콘텐츠 등 10대 전략산업 육성재생가능 에너지원 개발, 친환경 유기농업기술
국회의원 비례대표와 고위 공무원의 과학계 출신 비율은가능한 한 많이국회의원과 대통령비서관의 30%, 고위 공무원의 50%를 이공계 출신으로 확대이공계 출신 공무원 비율을 40∼50%로 확대국회 비례대표와 고위 공무원, 청와대, 국무조정실의 이공계 비중을 30%로 확대비율은 중요하지 않다
중등교육에서 과학과목의 비중은늘리는 게 중요하다여건 고려해 늘리겠다늘려야 한다늘려야 한다늘려야 한다
문과-이과 구분의 필요성은신중히 검토해야 한다실질적 폐지 방안 논의하겠다문과-이과 구분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문과-이과를 통합 운영해야 한다필요 없다
서남표 KAIST 총장의 개혁에 대한 의견은긍정적으로 평가한다원칙적으로 긍정적이다지지한다긍정적으로 평가한다동의한다
연구비와 인건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기본인건비 보장, 연구비 수주와 성과급연계, 연구기관 성격별 연구비 차등 지원연구기관별 3∼5개 대형 과제에 집중, 인건비 정부 지원을 80%로 확대출연연구소 고유사업비를 예산의 50%로 확대, 인건비 비율 증가연구 기본인건비 제공, 전문적인 연구기획관리체제 구축과제당 인건비 비중 확대, 비정규직 임금과 복지혜택 조정
기업이 원하는 고급 전문인력의 안정적 확보 방안은산학협력이나 인턴십 제도 확대 등 산업계의 요구를 대학 교육에 반영국제경쟁력 갖춘 특성화 대학을 전국에 50개 이상 창출학교부터 기업까지 이어지는 체계적인 과학인재 양성시스템 구축직무 관련 발명의 보상에 하한선 설정해 발명자 권익 보호소규모이거나 단기적인 경우가 많은 산학협력을 중장기적으로 재편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 과학기술 핵심공약은

李 행정도시-대덕-오송-오창 광역 과학산업벨트로 연결

鄭 항공우주기술 집중 육성 세계 7대 강국으로 도약

昌 IT-생명과학-나노-환경등 ‘8T’ 접목 新성장동력으로

文 이공계 일자리 10만개 창출

權 장애인 보조기술 등 R&D 확대

후보들은 과학기술을 통해 미래에 한국을 먹여 살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할 핵심 공약은 차이를 보였다.

이명박 후보의 과학기술 핵심 공약은 2017년까지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를 조성하겠다는 것.

행정중심복합도시와 대덕연구단지,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 오창과학산업단지를 하나의 광역 경제권으로 발전시켜 ‘한국판 실리콘밸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나오는 기술이 후손들을 먹여 살리는 성장동력이 될 거라는 게 이 후보의 전망이다.

이 후보는 “기초과학뿐 아니라 문화예술과 비즈니스가 함께 결합된 미래형 명품도시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이 만나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고,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이 융합돼 새로운 문화가 태동하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정동영 후보는 항공우주기술 분야에서 세계 7대 강국에 들겠다는 ‘에어세븐(Air-7) 프로젝트’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항공우주 분야의 기술 파급 효과는 자동차 분야의 3배에 달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뿐 아니라 항공우주기술 수준이 국가의 경제력과 과학기술력의 바로미터라는 것이다.

정 후보는 “수도권은 항공물류, 영남권은 항공우주부품소재, 호남권은 항공기생산단지, 충청권은 항공우주연구개발 등 지역별로 항공우주산업을 특화하겠다”고 밝혔다. ‘항공우주청’ 신설 계획도 내놓았다.

이회창 후보는 고부가가치의 선진국형 산업을 육성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는 “8T 분야를 집중 육성하면서 전통적 제조업에 지식정보기반 서비스업을 접목시켜 국내 전체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8T는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우주기술(ST), 환경기술(ET), 문화기술(CT), 해양기술(MT), 융합기술(FT)을 말한다.

문국현 후보는 ‘이공계 인재 확보’를 과학기술 핵심 공약으로 삼았다. 이공계 출신 국무총리를 배출하고 이공계 일자리 1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것. 일정한 자격시험을 통과한 이공계 졸업생을 ‘국가연구원’으로 선발해 연구현장에 파견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권영길 후보의 과학기술정책 기조는 ‘공공성 확보’. 연구개발 방향이 시장에서의 이익 창출보다는 사회적 약자의 삶의 질 향상에 맞춰져야 한다는 견해다.

권 후보는 “국가 연구개발 사업 중 장애인 재활보조기술 등 공익 관련 예산을 2012년 25%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과학자문단 10명 ▼

김동욱 연세대 의대 교수

김선영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승환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배순훈 한국과학기술원 서울부총장

윤문섭 한국부품소재산업진흥원 전략기획본부장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시스템학과 교수

이병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이장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기획단장

이혜숙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