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BBK, 있는 건 있다, 없는 건 없다” 한다고 했는데…

  • 입력 2007년 11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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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 수사가 막바지를 향하면서 검찰이 수사 결과 발표 시기와 수위 등을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 수사가 막바지를 향하면서 검찰이 수사 결과 발표 시기와 수위 등을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언제 어떻게 어디까지… 수사발표 고민

내달 5일 김경준 기소 시한 임박

검찰이 장고에 들어갔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 수사가 막바지를 향하면서 수사 결과의 발표 시기와 수위 등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늦어도 다음 달 5일에는 김경준(41·수감 중) 씨를 구속 기소해야 한다. 그러나 주말에는 계좌 추적이 불가능하고 다음 주초에는 공소장 및 수사 결과 발표문을 가다듬어야 한다. 수사는 물론 고민할 시간도 그렇게 많지 않다는 얘기다.

최대 관건은 검찰이 수사 결과 발표문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다.

임채진 검찰총장이 26일 취임사에서 “있는 것은 있다 하고, 없는 것은 없다 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발표문에 주가조작과 횡령 등 김 씨의 범죄 혐의에 이 후보의 연루 여부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이 후보와 김 씨가 처음 만난 시점이 언제인지, 이 후보가 BBK 명함을 사용했는지 등은 법적 책임과는 관계가 없지만 도덕적인 책임론을 촉발시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검찰은 결과만 발표해야지 세세한 내용까지 공개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은 “수사 상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라”며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둘째는 발표 형식이다. 수사 책임자의 발언 하나하나가 대선 후보 간 지지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02년 10월 검찰은 이른바 병풍(兵風) 사건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식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당시 수사 책임자인 서울지검 3차장실에서의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축소됐고, 방송 촬영도 금지됐다. 이와 관련해 김대업 씨가 제기한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장남 정연 씨의 병역비리 의혹이 근거 없다는 수사 결과가 나오자 당시 여권 인사가 검찰 지휘부에 결과 발표에 제동을 걸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올 8월 검찰은 이 후보의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차명 소유 의혹을 발표할 때에는 공식 기자회견을 했다. 그러나 방송 촬영 없이 수사책임자인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미리 준비한 발표문을 읽기만 했다.

발표 시기도 민감한 대목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시간을 오래 끌수록 대선 투표일이 가까워져 발표 날짜가 늦을수록 검찰에 불리한 것 같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발표 시기는 수사 상황과 맞물려 있어 쉽게 예단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득홍 대검찰청 과학수사기획관은 29일 “김 씨가 제출한 한글계약서의 진위에 대한 감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인지를 가리는 데 필요한 핵심 참고인 2명이 해외에 체류 중인 것도 검찰의 막판 수사에 변수가 되고 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전지성 기자 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촬영 : 김동주 기자


촬영 : 김미옥 기자

▼“李후보 BBK 거래 의혹은 번역 오류때문”▼

다스 측 美변호사 LA 회견서 주장

“원본에 없던 BBK 계좌주로 오기”

미국 법원에서 김경준 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던 다스 측 변호인은 28일 로스앤젤레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 씨 측이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 의혹 근거로 제시하는 문건 중 하나는 한글 문서를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 때문에 의혹을 사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스 측 변호를 맡은 윌리엄 밀스 변호사와 제이슨 엥겔 회계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소송 진행 과정에서 400쪽에 이르는 한국 내 은행의 금전 거래 문건을 건네받았고 그중 외환은행 계좌의 지출 명세를 담은 서류를 받았다. 그런데 해당 외환은행 계좌의 소유 법인이 ‘BBK’라는 어떤 증거도 없는데도 이를 영문으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계좌 소유자(Acct Holder)를 ‘BBK’로 명시한 실수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밀스 변호사는 “지난해 5월 이런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정확하게 공증한 영문 번역 문건을 법원에 제출했으나 김 씨와 (그의 누나인) 에리카 김 씨는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 의혹을 주장하는 데 잘못된 영문 번역본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밀스 변호사가 제시한 외환은행 지출결의서에는 2001년 2월 28일 79억여 원이 입금된 뒤 같은 날 이명박 후보에게 49억9999만5000원이, 김경준 씨에게 29억2329만9982원이 지급된 것으로 돼 있다. 또 같은 해 6월 25일 삼성증권에서 들어온 머니마켓펀드(MMF) 자금 96억 원이 다음 날 LKe뱅크 계좌로 넘겨졌다는 내용이 있다.

오류본의 수정을 맡았다는 박준희 씨도 별도 기자회견을 갖고 “다스 측이 제시한 자료 가운데 번역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은 바로 김경준 씨 측 변호사였다”며 “번역을 바로잡도록 했던 김 씨 측이 오히려 오역본을 갖고 문제를 삼고 있다”고 말했다.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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