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압송된 김경준씨가 이날 오후 7시 50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청사 안으로 들어가기 까지 김씨는 시종 일관 미소 띤 얼굴에 여유 만만한 표정이었다. 그는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별다른 답을 하지는 않았으나 알아 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고개를 뒤로 젖히고 큰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후보등록 8일 앞두고…김경준 귀국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 김경준(41) 씨가 16일 오후 6시3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송환됐다.
법무부 호송팀은 이날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 간단한 사진 촬영을 마친 뒤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으로 김 씨의 신병을 인계했다. 앞서 김 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호송팀과 함께 현지시간으로 15일 낮 12시10분에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OZ 201편)에 탑승했다.
김 씨의 주가조작 사건과 이 후보 관련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부장 최재경)은 체포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강도 높은 조사를 한 뒤 17일 김 씨에 대해 증권거래법 위반 및 횡령,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 씨의 진술과 검찰의 조사 결과에 따라 한달 여 남은 대통령 선거 구도는 요동칠 전망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떠도는 소문과는 달리 "별 것이 없어 '찾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김 씨 구속 이후 최대 20일 이내에 김 씨를 수사해 늦어도 다음달 7, 8일 경에는 김 씨를 기소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 김홍일 3차장은 이날 "(특별조사팀 구성 이후) 경우에 따라 참고인 조사를 했다"면서 "최대한 신속히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서 처리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씨의 증권거래법 위반 및 횡령, 사문서 위조 혐의 △김 씨에 대한 ㈜다스의 사기 고소 사건 △대통합민주신당이 이 후보를 주가조작 혐의로 고발한 사건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김 씨가 귀국을 둘러싸고 정치권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명박 후보는 이날 '국민성공대장정 서울대회'에서 BBK 사건과 관련해 "이 땅에 정의가 살아있고 한 가닥 양심이 살아있는 한 우리는 절대 쓰러지지 않는다"며 "역사적 진실은 어느 누구도 감히 흔들 수 없고, (우리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선 "뭐 그리 대단한 귀국이라고…. 범인 송환하는 것 아니냐"고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날 "한나라당이 김 씨의 귀국을 앞두고 이성을 잃은 것 같다"며 "민란을 선동하더니 대놓고 검찰을 협박하고 있다"고 한나라당을 비난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대선의 큰 이슈가 된 이상 조속하게 그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며 "검찰은 정치적 고려나 정략적 의도에 좌우되지 않고 공정하고 철저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촬영 : 이종승 기자
촬영 : 이종승 기자
촬영 : 신원건 기자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