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朴 없이도 2위 지킬까…鄭,李 몸집 불리면 추월할까

  • 입력 2007년 11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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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정국 불붙은 ‘2위 싸움’

○박근혜, 이명박 지지… 이회창의 미래는

2위자리 내주면 ‘중도 포기’ 압박 예상

지지율 유지땐 이명박과 경쟁 본격화

○신당-민주당 합당… 범여권 대선 전략은

“호남 뭉치고 충청 거들면 해볼만한 싸움”

성과 없을땐 ‘문국현과 추가단일화’ 부상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이명박 후보 지지 발언,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선언은 3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정국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박 전 대표의 이 후보 지지 발언 이후에도 과연 대선 후보 지지율 2위 자리를 고수할 수 있을지, 아니면 24일 후보단일화 결과를 발표하는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단일후보 지지율이 이 전 총재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설지가 향후 대선 판도 변화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昌, 홀로서기 가능할까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박 전 대표의 이 후보 지지 발언으로 이 전 총재 지지율이 일정 부분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의중’을 몰라 이 전 총재를 지지하던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이 이 후보 지지 발언으로 이 후보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 전 총재를 지지했던 박 전 대표 지지층이 이 후보로 ‘U턴’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이럴 경우 지지율 2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 전 총재의 위치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빠질 경우 이 전 총재는 출마 선언 이후 첫 시련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대선 출마와 단기필마 행보를 지탱하고 있는 것이 20% 안팎의 지지율이기 때문이다.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더 떨어지고, 범여권 후보 단일화 전에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게 2위 자리를 내줄 경우 이 전 총재는 이 후보와의 단일화 내지 후보 사퇴 등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전 총재 주변에서는 “이 후보를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대선이 끝난 뒤 ‘정권 교체를 방해한 사람’이라는 비판이 부담스러워서라도 포기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이 전 총재의 갑작스러운 출마 선언에도 불구하고 2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고정 지지층이 있다는 증거”라며 “박 전 대표의 지지가 없더라도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권 교체’를 주장하는 보수층에서 이 전 총재에게 ‘후보 단일화’를 거세게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반면 박 전 대표의 지지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재가 2위를 유지하면 이 후보와 이 전 총재 사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박근혜 효과’가 보수 진영 움직임의 향방을 결정하는 하나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표의 발언을 따지고 보면 이 전 총재의 출마가 정도(正道)가 아니라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 후보를 적극 지지한다는 것도 아니다”라며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당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정동영 이인제 단일화 효과는

이날 합당에 합의한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은 ‘호남 세력의 결집’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합당 후 후보를 단일화하면 ‘대통합민주신당 지지층+민주당 지지층+α’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얘기다. 범여권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표가 뭉칠 경우 이는 다시 호남 출신 수도권 유권자의 표심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인제 후보가 충청 지역에 일정 지분을 갖고 있어 1997년 DJP 연합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호남-충청-수도권의 서부벨트 결집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당에서는 단일 후보의 지지율이 20∼25%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조직과 지역이 약한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시간이 갈수록 내려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단일후보 선출 후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이달 말경이면 후보 지지율 순위가 이명박 후보-통합민주당(가칭) 단일후보-이 전 총재 순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범여권은 이 전 총재가 대선을 완주할 경우 상대적으로 이명박 후보와 단일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아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관심은 과연 누가 단일후보가 되느냐는 점.

현재로서는 정동영 후보의 선출 가능성이 높지만 합의된 여론조사 대상이 범여권 지지층이 아닌 전 국민이라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물론 양당 합당이 반드시 시너지 효과를 낳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범여권 후보의 지지율 부진은 현 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단일후보가 탄생하더라도 실정 책임론이 희석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내부에서 일고 있는 합당 반대 움직임이 거세질 경우 합당 시너지 효과를 반감시킬 수밖에 없다. 정대화 양길승 씨 등 미래창조연대 출신 대통합민주신당 중앙위원 29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민주개혁 세력의 성과를 전면 부정하는 상황에서 합당은 국민에게 정도를 상실한 야합적 통합으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국정 실패 세력’으로 비판받는 정 후보의 개인적 약점과 탈당, 경선 불복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는 이인제 후보의 약점 때문에 단일화를 이루더라도 지지율 급상승을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양당 후보 단일화 이후에도 지지율이 오르지 않을 경우 범여권은 또다시 대선 승리를 위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의 세력 연대 또는 단일화 추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 후보는 현재까지 “정책 연대는 가능하지만 후보 단일화는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상태. 정 후보는 ‘반부패세력연합’을 통해 문 후보와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지만 한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는 문 후보와의 연대나 단일화가 어느 정도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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