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정원 대립… 교육부 ‘샌드위치’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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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총장들 긴급회의… 법대 학장들은 거리로사립대총장협의회가 18일 오전 긴급 회장단 회의를 가진 뒤 정부가 로스쿨 총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대학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강력하게 공동투쟁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위 사진). 법과대학 학장들로 구성된 로스쿨비상대책위원회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중앙청사 정문 앞에서 정부의 로스쿨 총정원 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연합뉴스
사립대 총장들 긴급회의… 법대 학장들은 거리로
사립대총장협의회가 18일 오전 긴급 회장단 회의를 가진 뒤 정부가 로스쿨 총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대학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강력하게 공동투쟁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위 사진). 법과대학 학장들로 구성된 로스쿨비상대책위원회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중앙청사 정문 앞에서 정부의 로스쿨 총정원 안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연합뉴스
교육인적자원부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총입학정원(총정원)을 1500명으로 정한 데 대해 법조계를 제외한 대학과 시민단체까지 모두 강하게 반발하면서 교육부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교육부는 여론을 살피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로스쿨 집단 보이콧까지 불사하겠다’는 대학과 ‘총정원 결정이 합리적’이라는 청와대 사이에서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압박 수위 높이는 대학가=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와 전국법과대학장협의회, 한국법학교수회 등은 18일 ‘전면 보이콧’, ‘교육 부총리 퇴진’, ‘경악과 분노’, ‘국민기만 사이비 로스쿨’ 등 한목소리로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날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 모인 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단은 당초 예정된 시간을 1시간 이상 넘겨 회의를 하는 등 사안의 심각성 때문인지 분위기가 무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환(국민대 총장) 부회장은 “대학 총장들 모임에서 이처럼 어조가 높고 투쟁적인 단어가 사용된 경우는 거의 없다”며 격앙됐던 회의 내용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손병두(서강대 총장) 회장은 “교육부의 결정에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말로 운을 뗀 뒤 “교육부가 총정원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앞으로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 등 국공립대 총장들과도 연계해 함께 투쟁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법과대학장협의회 긴급회의, 로스쿨비상대책위원회 긴급 기자회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긴급 이사회 등 이날 오전 중에만 무려 4차례의 ‘긴급 회동’이 이어졌다.

하지만 로스쿨 총정원에 대해 모든 대학들이 일관되게 반대 목소리를 이어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사립대와 국립대, 상위권대와 중하위권대, 수도권대와 지역거점대 간에 이해관계가 조금씩 다르고 일단 로스쿨로 지정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탈하는 대학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재조정할까=교육부는 대학이나 국회 등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어떤 식으로든 총정원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보면서도 워낙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 노심초사하고 있다.

교육부 내부에서도 총정원 재조정 여부에 대해 전망이 엇갈린다.

이날 한 언론이 “교육부가 로스쿨 총정원을 수정할 계획이 없다”고 보도하자 교육부는 즉각 이를 부인하고 나선 것을 보면 어느 정도 대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가 나서서 교육부의 총정원 결정이 합리적이라고 밝히며 교육부에 힘을 실어 주자 총정원을 재조정하자는 말을 꺼내기 힘든 처지가 됐다.

교육부에선 “이렇게 민감한 사안을 교육부 혼자 결정할 수 있겠느냐. 청와대의 의중이 있기 때문에 총정원은 바꾸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회 보고’ 성격 논란=로스쿨법이 교육부가 국회에 총정원을 보고하도록 한 조항과 관련해 ‘보고’의 성격을 둘러싼 국회와 교육부의 신경전도 계속되고 있다.

당초 로스쿨법 초안은 교육부 장관이 법무부 장관 및 법원행정처장과 협의해 로스쿨 총정원을 결정하도록 했었다.

하지만 국회는 6월 임시국회에서 막판에 ‘교육부 장관은 총정원을 국회 소관위원회에 보고한다’는 조항을 집어넣어 사실상 총정원 조율권을 갖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국회는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교육부의 보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재보고를 요구한 것.

국회는 ‘보고’ 조항을 둔 취지가 교육부의 일방적인 결정을 견제하기 위한 것인 만큼 국회의 뜻에 따라 총정원 안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회 교육위원회의 대통합민주신당 간사인 유기홍 의원과 한나라당 간사인 임해규 의원 모두 “로스쿨 총정원의 보고는 협소한 의미의 보고가 아니라 국회 의견 반영을 요구하는 넓은 의미의 보고”라며 “교육부도 이런 뜻에 따라 재보고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부는 “보고 조항은 형식을 규정한 것일 뿐 기속력이 없으므로 국회의 요구에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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