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상회담 후 도리어 막힌 납북자 국군포로 상봉

  • 입력 2007년 10월 1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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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금강산에서 시작되는 16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납북자와 국군포로 가족 만남이 빠졌다. 2000년 11월 2차 이산가족 상봉 이후 국군포로와 납북자 가족 만남이 동시에 빠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족’을 강조한 남북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이 이렇게 변질된 곡절은 무엇인가.

지난 6년여 동안 14차례의 상봉행사 때마다 1∼4명씩의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이 가족들과 만나 이산의 고통과 한을 잠시나마 풀었다. 그런데 혈육 상봉의 길을 넓혀야 마땅할 정상회담이 오히려 만남을 막은 꼴이 됐다. 북이 원하는 의제만 다루고 북이 싫어하는 현안은 회피한 결과가 이렇게 나타났다.

통일부는 “납북자와 국군포로 20명의 생사 확인을 북측에 요청했지만 확인 불능과 사망 통지를 받았다”며 “통보 날짜가 정상회담 2주 전인 9월 18일인 만큼 상봉과 정상회담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군색한 변명이다. 정부는 8월 8일 정상회담이 성사됐다고 발표했다. 회담 성사 발표 시점부터 이번 상봉까지 2개월이 넘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생존 국군포로는 알려진 수만도 500명이 넘는다. 남북 당국자들이 내 일처럼 생각만 했다면 다른 상봉 대상자들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줄곧 유지돼 온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가족상봉이 무산된 배경을 정상회담 말고 달리 어디서 찾으란 말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의 피눈물을 외면했다.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에 대해 그는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없어 죄송하다”고 넘어갔다. 통일부 장관은 “논의가 안 됐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노 대통령은 ‘관심이 없었다’고 하는 편이 솔직하지 않을까.

우리 헌법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군포로와 납북자 가족의 절규에 귀 막는 것은 국민의 인권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다. 그런데도 정상회담의 ‘성공’을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는 대통령은 누구의 대통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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