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위원장, 종전선언 협의 中 배제에 관심”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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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선언 설명듣는 中대사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왼쪽)가 5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조중표 외교통상부 제1차관에게서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상선언 설명듣는 中대사
닝푸쿠이 주한 중국대사(왼쪽)가 5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조중표 외교통상부 제1차관에게서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북핵 실험후 불편해진 北-中관계 반영

중국 측 “우리 빼면 순리 어긋나” 불쾌감

버시바우 美대사 “3자든 4자든 한국은 포함돼야”

2007 남북 정상선언 4항에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만나 6·25전쟁 종전(終戰)선언 문제를 협의한다’고 합의한 대목이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의 주체가 4자일 경우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포함돼 문제가 없지만 3자로 압축될 경우 한 나라가 배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배제 당사국으로 거론되는 중국은 당장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중국 배제 의도?=중국이 빠져야 한다는 논리는 ‘중국이 정전협정의 당사자이기는 하지만 한반도에 병력을 주둔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제외돼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5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 “3자 또는 4자 정상회담을 추진하자는 제안은 북측에서 한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참가했던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배제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고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며 “김 위원장의 ‘중국 배제’ 태도에 노 대통령이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물 타기로 4자를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 이후 북한과 중국 간의 불편한 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과 중국의 혈맹관계는 오래전에 종료됐다. 지금은 보통의 관계”라며 “특히 핵실험을 강행 직전에 통보한 뒤 서로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이날 한나라당 의원 모임 ‘국민생각’ 간담회에서 “이번 선언의 당사자인 한국은 3자이든, 4자이든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배제 안 한다”=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3자는 정전협정에 참가한 북한과 중국, 유엔군이란 해석이 있다’는 질문에 “우리가 대상이 아닌데 3자, 4자라는 표현을 썼겠느냐”며 “남북한과 미국이 기본이 되고, 중국이 포함되느냐는 선택의 문제”라고 밝혔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 참석 후 “과거 4자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문제를 논의했던 적이 있다”며 “정상선언문에 나오는 평화체제 관련 내용은 기본적으로 4자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3자간 평화체제 논의의 경우 중국이 배제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평화문제를 이야기함에 있어 일부 이슈는 3자가 할 것도 있다는 차원에서 3자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며 “예를 들어 군사적 신뢰 구축 문제를 논의하는 데는 중국이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고 여지를 남겼다.

▽반발하는 중국=닝푸쿠이(寧賦魁) 주한 중국대사는 이날 외교부를 찾아 조중표 제1차관에게서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 들은 뒤 기자들 앞에 섰다.

북한에서 유학을 해 한국어가 능통한 그는 “3자 또는 4자라는 표현에서 보듯 4자도 남북 양측이 합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4자도 배제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닝 대사는 “앞으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중국은 이 과정에서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의 장롄구이(張璉괴) 교수는 “중국이 배제된다면 한반도의 실질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동방학부 교수 겸 조선문화연구소 소장은 “남북한과 미국 3자가 모여 종전선언을 한다면 순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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