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무하는 ‘떼기 시리즈’… 페어플레이 실종

  • 입력 2007년 10월 4일 03시 02분


코멘트
‘버스떼기, PC떼기, 박스떼기, 콜떼기….’

극심한 혼탁상을 보이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각 주자의 캠프들이 서로를 비난하며 사용하고 있는 용어들이다. ‘불법·탈법’이라는 어감을 물씬 주는 단어지만 정작 해당 행위가 어떤 법을 위반한 것인지는 사용하는 당사자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버스떼기·차떼기’=‘버스떼기’란 후보 캠프 측에서 지지자들을 경선 투표장까지 태워 오는 행위를 말한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이해찬 전 국무총리 측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이 충북 보은 옥천 영동 지역에서 대형 관광버스를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 투표장까지 가기 귀찮아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교통 편의를 제공하는 셈이다. 버스를 탄 사람이 교통비를 따로 내지 않으면 그만큼의 금품을 받은 것으로 간주돼 공직선거법 위반이 된다.

‘차떼기’는 대형 차량이 아닌 승용차를 사용했다는 점만 제외하면 ‘버스떼기’와 같다.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 측은 정 전 의장 측이 지난달 29일 부산 북구 금곡동에서 차량동원 계획 수립을 위한 모임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정 전 의장 측은 “이 전 총리 측이 운영한 ‘카풀’과 ‘차떼기’의 다른 점이 뭐냐”고 맞섰다.

▽‘PC떼기·박스떼기’=‘PC떼기’란 다른 사람의 인적사항을 이용해 인터넷으로 선거인단 허위 등록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PC방에서 한다는 뜻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정인훈 서울 종로구 의원이 아들과 아들의 친구들을 시켜 노무현 대통령을 포함한 100여 명을 선거인단으로 등록한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경찰은 ‘PC떼기’에 대해 주민등록법 위반과 업무방해, 사(私)전자기록 위작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박스떼기’는 인터넷이 아닌 서류접수라는 점을 제외하면 ‘PC떼기’와 같다. 선거인단 등록 마감 직전 캠프 측 선거운동원들이 종이상자에 선거인단 등록 서류 수백 장을 담아 와 대리 등록을 하는 소동이 벌어지면서 ‘박스떼기’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대리등록 자체는 가능하지만 명의를 도용해 등록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한 행위는 주민등록법 위반, 업무방해, 사기록 위작에 해당한다.

▽‘콜떼기’=‘콜떼기’는 후보 캠프에서 콜센터를 만들고, 안내원을 고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모바일 투표 선거인단 등록을 권유하거나 대리 등록하는 행위를 말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나 후보 캠프가 이 같은 일을 한다면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지 않더라도 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와 이 전 총리 측은 정 전 의장이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후보 캠프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닌 당의 기관인 것처럼 가장했기 때문에 업무방해 혐의도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후보나 캠프가 아닌 정당이나 일반 국회의원이 일반인에게 경선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것은 법으로 허용되는 정당 활동에 해당한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