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金 어떤 의제 논의하나]김정일 ‘핵문제’ 언급 수위 주목

  • 입력 2007년 9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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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盧-金 어떤 의제 논의하나

《다음 달 2∼4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역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떤 의제를 놓고 의견을 나눌 것인가 하는 것이다. 예상되는 정상회담 의제는 ‘정상회담 개최 합의문’에 명시된 것처럼 △한반도 평화 △민족 공동 번영 △화해와 통일 등 크게 세 가지 분야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특히 남북경협은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를 둘러싼 북한 핵문제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이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북핵 불능화-NLL 재설정 결론 여부 관심

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 평화 문제는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순조로운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는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한 군사적 신뢰 구축’이 바탕이 될 때에만 가능하다. 남북 정상이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를 함께 논의해야 하는 것. 북핵 문제가 6자회담의 틀에서 다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핵 폐기에 이르는 완전한 해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불능화나 폐기에 대해 선언적인 수준이라도 북한의 답변을 받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국방장관 회담 정례화 문제나 NLL 문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NLL 재설정 논의가 적절한지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큰 상황이어서 의제가 될 경우 어떤 식으로 다뤄지고 어떤 결론을 내느냐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북한이 한반도 평화 문제의 전제조건으로 줄곧 주장해 온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들고 나오면 이 역시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1972년 7·4남북공동선언 이후 남북 문제는 ‘민족끼리’, 핵이나 안보 군사 문제는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고집하고 있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의주-나선 특구에 ‘제2 개성공단’ 개발?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경협을 통한 남북 간 교류 및 투자 활성화가 중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북한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경제 지원이 아니라 경제의 기초를 다져 되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강조해 왔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다양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현재 진행 중인 개성공단 활성화 문제와 함께 신의주나 나선 특구를 이용한 ‘제2의 개성공단’ 개발 사업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경의선 철도나 동해선 도로 정식 개통을 위한 양 정상 간의 협의도 예상된다. 남포항을 현대화 사업을 통해 ‘조선특구’로 만들어 조선소를 유치하는 방안이나 북한에 섬유 신발 제조공장을 위한 공단을 건설하는 방안, 한강과 임진강의 모래를 채취하는 사업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예정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이화영 의원은 2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천혜의 자연림이 울창한 개마고원을 세계적인 관광휴양지로 개발하는 개마고원 활용 방안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3월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함께 방북해 정상회담 추진에 대해 협의했다.

북한에 농업특구를 조성하거나 고질적인 수해 방지를 위한 남북한의 재난 방지 협조방안 등도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국군포로-납북자 등 민감한 사안 다룰 수도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상호간의 이해와 신뢰를 높이고 남북관계 제도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이산가족들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한 만큼 좀 더 활발한 이산가족 교류와 이들의 상처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해법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도 어떤 식으로든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 문제가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 의제에서 빠지면서 관련 시민사회단체와 피해 가족을 중심으로 항의가 잇따랐다. 2차 정상회담 발표 이후 정상회담에서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넓은 의미의 ‘이산가족’에 넣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북한 인권 문제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뤄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 의제선정 마무리 단계

조금씩 베일을 벗어 가고 있는 남북 정상회담 의제 선정 작업은 범정부 차원으로 구성된 정상회담 준비기획단과 추진위원회 회의를 거쳐 사실상 확정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1일 “남북 간에 논의 가능한 모든 사안에 대한 대비가 마무리 단계”라며 “우리가 요구할 것과 북측이 제기할 내용에 대한 시험공부가 끝났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상회담 의제 선정의 기본적인 구도는 매주 목요일 정상회담 준비기획단장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 주재로 열리는 ‘준비기획단 회의’와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장이 위원장인 ‘추진위원회 회의’를 거쳐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형식.

현재까지 준비기획단 회의와 추진위원회 회의는 각각 9차례 열렸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민감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는 사안의 대책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이 거의 실시간으로 준비기획단과 추진위원회의 보고서에 대해 코멘트를 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 간여하고 있는 한 인사는 “대통령이 최근 정상회담 관련 보고서에 대해 보이는 반응을 보면 회담에 대한 준비가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역을 정해 실제 회담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 실전감각을 익히는 ‘시뮬레이션’은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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