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손학규 “캠프 해체” 장외경선 선언…마지막 승부수

  • 입력 2007년 9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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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의 ‘바람’은 불어올까.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이틀간 칩거·잠행 뒤 21일 선거대책본부 해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조직·동원 선거 논란에 휩싸인 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복귀는 하지만 이제 더는 당심(黨心)에 호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조직이 아닌 바람으로 승부하겠다는 것.

▽“나도 막막하다. 하지만”=손 전 지사는 이날 오전 9시 반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낡은 정치를 깨부수고 새로운 정치를 펼치겠다. 당연시하던 낡은 정치 관행의 틀을 깨야 한다”며 “선거대책본부를 해체하고 여의도 경선캠프 사무실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조직·동원 선거의 위험을 뿌리부터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여의도 정치를 벗어나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던 민심대장정의 정신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합민주신당과 함께 끝까지 가겠다”며 “설사 대통령선거에 지더라도 낡은 정치는 반드시 바꾸겠다. 당을 개혁하여 새로운 정치의 튼튼한 기지로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촬영 : 이종승 기자

그는 “물론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서도 “사실 지금은 막연하다, 막막하다. 나무 한 그루 심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예정된 부산 후보자 합동TV토론회는 불참하지만 이후 당 연설회 일정은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경남 창원시에서 열린 ‘손학규를 지지하는 경남 자원봉사자 모임’에 참석해 “대선은 이미 진 거니까 당권이나 갖자, 공천이나 보장받자, 이런 패배주의 경선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극약 처방’, 왜?=손 전 지사의 회견 내용은 이날 오전까지 극소수 핵심 의원 및 참모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저녁까지만 해도 캠프 관계자들은 “경선에 복귀하고, TV토론도 참석한다”고 강조했다.

손 전 지사로서는 경선 흥행이 저조하고 구태정치 재연이라는 비난까지 당이 받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와 중진들의 도움만으로는 전세 역전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신뢰를 잃은 당 안에서 아웅다웅해 봤자 동반 추락을 면치 못하리라고 봤다는 것.

조직·동원 선거에 분노를 터뜨렸던 손 전 지사로서는 칩거와 잠행을 풀면서 다시 당으로 조용히 복귀하기는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선 포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구태정치 대 새 정치’ 구도를 만들면서 당의 틀을 벗어나는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손 전 지사는 최근 29일 광주·전남 경선에 대비해 버스로 선거인단을 동원하는 계획안을 놓고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획안을 제출했던 의원은 “오늘에야 손 전 지사가 동원 계획을 받아들이지 않았음을 알았다”고 말했다.

▽모험은 성공할까=손 전 지사 측 의원들은 갑작스러운 발표에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한광원 의원은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의원은 “뭐 하자는 건지…. 어떻게 대선을 치를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한 캠프 관계자는 “대체로 캠프 내 평가는 좋다. 칩거하는 동안 호남의 지지율 하락세도, ‘정동영 대세론’도 주춤해졌다”고 말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당내 경선을 조직도 없이 치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과연 밑에서부터 손 전 지사가 원하는 바람이 일어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는 것. 한 측근은 “나도 잘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때문에 손 전 지사가 이번 경선을 포기하려는 서막(序幕)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전투구에 발을 들이기보다는 멋지게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대선 이후나 아니면 다음 대선을 위한 노림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바람이 불어준다면 투표율이 높을 모바일 선거와 여론조사에 승부를 걸어볼 만도 하다는 견해도 있다.

▽신당 경선 2라운드 시작=경선은 일단 당 밖의 손 전 지사와 당 안의 정 전 의장의 대결 구도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태정치 청산’ 대 ‘조직력 선거’ 구도다. 손 전 지사 측은 이날 정 전 의장 측이 16일 충북 경선에서 선거인단을 동원했다는 의혹을 구체적 물증과 함께 당 공정경선특별위원회에 제출했다. 당은 우원식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29일까지 조사를 마치기로 했다. 조사단의 입증 여부에 따라 두 진영 가운데 한쪽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립을 지켜온 중진들의 선택도 경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듯하다. 당초 이날 손 전 지사 지지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진 문희상 유인태 의원 및 정대철 고문은 일단 주춤한 상태다. 중진들은 경선 흥행을 위해 손 전 지사를 붙잡는 동시에 내년 총선을 겨냥한 당내 권력 분점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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