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이 줄었다 늘었다… ‘고무줄 통계’

  • 입력 2007년 9월 2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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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관리대상수지 적자폭 지방교부금 반영안해 축소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실질적인 나라 살림 규모를 보여 주는 관리대상수지 적자 전망을 ‘은근슬쩍’ 변경해 ‘고무줄 통계’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20일 올해 관리대상수지 적자 규모를 14조8000억 원으로 전망하고 내년에는 이보다 줄어든 11조1000억 원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23일 올해 적자를 13조6000억 원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1조 원 이상 적자가 늘어난 것은 지방교부금 정산 시점 때문. 전년도에 초과 징수된 내국세의 약 40%는 결산이 끝난 뒤 교부금으로 지급된다.

지난해 내국세 초과 징수액은 4조4000억 원이었으나 교부금을 감안하지 않고 돈을 쓰다가 이달 11일에 이르러서야 올해 예산에서 1조4000억 원을 교부금으로 추가 지급했다. 이에 따라 기타 수입 2000억 원을 감안하면 재경부의 발표 시점 이후 전체적으로 1조2000억 원의 적자 요인이 발생했다는 게 예산처의 설명이다.

문제는 올해도 세금이 11조 원 정도 더 걷혀 교부금만 4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내년 전망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 따라서 11조1000억 원이란 전망도 내년에 다시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요인을 반영하지 않고 별다른 설명 없이 내년에 적자 규모가 상당히 줄어드는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대해 예산처 당국자는 “예산상 이미 확정된 내용만 반영했기 때문”이라며 “올해 세금 초과 징수액도 ‘예상’에 불과하고 매년 예산 불용액과 세외(稅外) 수입도 발생하고 있어 이를 미리 반영하기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장병완 예산처 장관은 최근 재정수지 통계 오류와 관련해 “부주의로 기본적인 통계가 잘못 나간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국민에게 불신을 드려 죄송하다”고 밝혔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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