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변양균 승승장구에 이해찬이 한몫”

  • 입력 2007년 9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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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정치권에서는 신정아 씨의 ‘최종 배후’가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아닐 것이라는 설이 무성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예비주자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실명을 거론했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도 이 전 총리와 변 전 실장 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나 대변인은 이날 현안브리핑에서 “변 전 실장이 과연 (신정아 씨를 비호한) ‘몸통’일까 하는 데는 의혹이 많다”며 “변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 들어 기획예산처 장관, 대통령정책실장으로 승승장구했고 여기에는 이 전 총리가 한 몫했다는 얘기도 있다. 검찰은 신 씨의 배후가 변 전 실장이었다는 선에서 수사를 끝내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손 전 지사도 이날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경선 경제정책 토론회에서 “이 전 총리가 새천년민주당 정책위의장 시절 변 전 실장이 이 전 총리를 보좌한 핵심 측근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관측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우선 이 전 총리와 변 전 실장이 김대중 정부 이후 정치권과 정부에서 함께 일할 기회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 꼽힌다.

2000년 10∼12월, 2001년 3∼9월 이 전 총리는 민주당 정책위의장으로, 변 전 실장은 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일했다. 당시 집권여당 정책위 수석전문위원은 정책위의장을 실무적으로 보좌하는 자리로 임기를 마친 뒤에는 정부 부처로 복귀해 승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엘리트 공무원들이 선호했다. 실제 변 전 실장은 전문위원을 마친 뒤 기획예산처 기획관리실장, 차관, 장관으로 고속 승진했다.

이 전 총리와 변 전 실장은 2004년 6월부터 2006년 3월까지는 각각 총리와 기획예산처 차관 및 장관으로 일했다. 이 전 총리는 ‘실세 총리’였고, 변 전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강조하는 ‘성장과 분배의 동반 성장론’을 담은 ‘비전2030’ 정책 등을 입안하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미술에 대한 관심도 두 사람의 공통점. 변 전 실장은 “미대를 가려고 했다”고 밝혔을 정도고, 이 전 총리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그림에 관심 많으냐’는 질문에 “그럼 (관심) 많지”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전 총리는 손 전 지사의 의혹 제기에 “변 전 실장은 당시 내 보좌관이 아니라 정부에서 당으로 파견 나온 전문위원이었다”며 “나와 신 씨를 어떻게 엮어 볼까 하다 안 되니까 변 전 실장과 나를 엮어 보려 하는데 옳은 태도가 아니다”고 공박했다.

한나라당의 주장에는 “무책임한 의혹 제기로 대선을 치르겠다는 어리석음이 한심하다”고 이 전 총리의 양승조 대변인이 밝혔다.

이 전 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신 씨와 관련한 항간의 의혹에 대해 “나도 소문이 있다는 걸 들었다. 그런데 신 씨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장윤 스님 등 핵심 참고인 조사를 통해 신 씨의 비호세력을 밝혀낸다는 계획이다. 특히 검찰 주변에서는 의혹이 불거진 뒤 계속된 변 전 실장의 석연치 않은 해명 과정 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검찰이 신 씨에 대한 고소가 접수된 지 44일 만인 4일에야 신 씨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아직 배경은 알 수 없지만 변 전 실장 외의 ‘다른 배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추정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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