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정동영

  • 입력 2007년 9월 1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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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 대통합판, 내가 몸던져 만든 것”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9일 제주 합동연설회를 시작으로 10월 15일 후보가 확정될 때까지 전국 순회 연설회 및 투·개표가 이어진다. 본보는 대통합민주신당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를 보도한다. 게재 순서는 각 주자가 정한 인터뷰 시점에 따라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순으로 한다. 이해찬 전 총리는 일정을 이유로 아직 인터뷰 날짜를 잡지 않았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9일 “대통령이 되면 최고의 인재를 얻기 위해 한나라당 인사도 가리지 않고 중용하겠다. 나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도 국정운영에 참여시키겠다. ‘통합의 정부’를 지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많은 국민이 대통령 때문에 불편하고 불안했는데 나는 미국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처럼 국민의 사랑을 받고 국민이 자부심을 느낄 만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 전 의장은 7일 광주에서 열린 당 대선후보 경선 정책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김포발 광주행 비행기를 타고 가며 이뤄진 인터뷰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기사송고실 및 브리핑룸 통폐합 조치에 대해 “대통령이 되면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통합의 정부’의 구체적인 내용이 뭔가.

“세 가지 통합이다. 첫째, 남남사회의 통합, 즉 빈부갈등 완화를 통한 계층통합과 동서 지역 간 통합이다. 둘째, 남북 경제의 통합이다. 셋째, 동북아 미래통합을 위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

―공약이 주로 소외계층 중심이다. 만약 후보가 되면 공약을 바꿀 생각이 있나.

“개혁이 충분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아직도 개혁 대상이 많다. 국민이 보수화됐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경제적으로 삶의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내가 가장 대척점에 서 있다. 빈부격차의 완화가 시대의 요구라고 본다.”

―‘개성공단을 만들었다’는 성과를 내세우는데 ‘혼자 만들었느냐’고 이의를 제기하는 일부 대선주자가 있다.

“개성공단 건설계획은 내가 통일부 장관이 되기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내가 아니었으면 설계도만 남았을 것이다. 미국 정부의 수출관리규정(EAR) 때문에 개성공단 건설에 필요한 부품과 자재 등이 북한에 못 들어가고 있었는데 내가 미국에 가서 여러 사람을 만나 해결했다. 개성공단을 얘기하는 것은 허허벌판에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국가 경영을 이렇게 해 나가겠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의장,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등을 지내 범여권 대선주자 중 인지도가 가장 높다는 평가다. 그러나 여론조사 지지율은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게 고민이다. 그러나 추석 연휴가 지나면 달라질 것이다. 제주 충북 울산 강원 지역 순회 연설회를 마친 뒤 15, 16일 이들 지역의 경선 투표 결과가 나와 추석 민심에 반영되면 경선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내가 1등을 할 것이라고 본다.”

―지지율이 낮은 데 대해 당내 386세대 등 젊은 의원들은 ‘진정성을 느끼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잠시 뜸을 들인 뒤) “내가 잘못한 게 있을 것이다. 기자를 오래 했기 때문에 좀 떨어져서 사물을 보고 분석하는 게 몸에 뱄다. 기자는 늘 관전자 시각에서 보지 않느냐.”

사람을 만날 때 상대편에게 밀착하지 못해 끈끈한 관계를 잘 만들지 못한다는 주위의 평가를 의식한 답변으로 들렸다.

―극복 방안이 있나.

“약점이지만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21세기 리더십은 사령관형이 아니고 ‘그레이트 리스너(Great Listener)’, 즉 위대한 청취자가 돼야 한다. 남의 말을 잘 들어야 답이 나온다. 그래서 건설회사 사장 출신보다 기자 출신이 대통령을 해야 한다.”

그는 묻기도 전에 청와대가 최근 이명박 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 얘기를 꺼냈다.

―이 후보 고소를 누가 결정했다고 생각하나.

“노 대통령이 결정한 것이다. 나 같으면 고소 안 한다. 하하하. 참 대단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지금까지 역대 어느 대통령도 지금쯤이면 다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에 시달렸는데.”

―노 대통령이 대선에 영향을 미칠 힘이 있다고 생각하나.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가 아직 결정이 안 됐으니까…. 후보가 정해지면 누가 되느냐로 초점이 이동할 것이다.”

―노 대통령이 밀어붙인 기사송고실 및 브리핑룸 통폐합 조치를 어떻게 보나.

“기자실은 국민의 귀와 눈이며, 귀와 눈은 최대한 넓혀야 한다. 취재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그래야 관료사회가 동맥경화에 걸리지 않는다. (정부가) 신문을 어떻게 해 보겠다고 해선 안 된다. 할 수도 없다. 대통령이 되면 전면 재검토하겠다.”

―일부 친노(親盧·친노무현대통령) 대선주자는 정 전 의장을 ‘침몰하는 배에서 먼저 내린 선장’이라고 표현한다. 6월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 창당에 참여한 게 잘못됐다는 것이다.

“내가 이 판의 오너라고 생각한다. 이 대통합의 판을 누가 만들었느냐. 노 대통령이 만들었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만들었나. 유 전 장관은 무임승차한 것 아닌가. 나는 ‘대통합이 안 되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나를 던지지 않았느냐. 지난해 5·31지방선거에선 뻔히 질 줄 알면서 다시 열린우리당 의장을 맡아 지방유세를 했다. 계산대로만 했다면 안 했어야지. 그러나 나는 12년 동안 그렇게 정치 안 했다. 그래서 (내가) 얼마나 어려워졌느냐.”

그는 이 대목에서 비행기 앞좌석의 머리받이를 손으로 내리치는 등 격정을 누르지 못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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