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386들 치밀한 ‘金법무 흔들기’

  • 입력 2007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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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를 표명한 김성호 법무부 장관이 6일 외출하기 위해 경기 과천시 법무부청사 내 장관실을 나선 뒤 계단을 걸어 내려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사의를 표명한 김성호 법무부 장관이 6일 외출하기 위해 경기 과천시 법무부청사 내 장관실을 나선 뒤 계단을 걸어 내려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과천=연합뉴스
앞에선 “교체없다” 뒤에선 후임 물색

“김성호 법무부 장관요, 곧 교체됩니다. 조직 장악력에 문제가 많더군요.”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청와대 386 인사는 지난달 24일 밤 김 장관의 경질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그 이유로 ‘조직 장악력’을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시점은 좀 보자”고 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사태 등으로 개각 시점이 늦춰질 것이란 뜻으로 들렸다.

386 참모의 발언이 나온 것은 공교롭게도 청와대가 김 장관의 교체를 기정사실화하고 후임 인선 준비 작업을 벌이던 시점이었다. 문태곤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은 23일 김 장관 후임으로 검토되던 정성진(67·사법시험 2회) 국가청렴위원장에게 장관 인사청문회를 위한 금융거래 명세 조회 등에 대한 동의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가 정 위원장 주변 등을 취재해 이 같은 청와대 기류를 25일자에 보도하자 청와대는 공식적으론 “보도 내용은 전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기자에게 개별적으로 항의한 청와대 인사는 없었다.

6월 초부터 경질설이 나돌던 김 장관이 6일 끝내 물러났다. 386 참모진 등 청와대 인사들이 김 장관 교체의 불가피성을 거론한 뒤 김 장관 교체 관련 보도가 나오면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양상이 막을 내린 것.

외견상으로는 김 장관의 사의 표명을 노무현 대통령이 수용한 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그간 상황을 볼 때 경질 인사란 의심을 떨쳐 내기 어렵다.

대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재임 1년도 안 된 선거 주무장관을 교체한 것은 경질로밖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또 사의를 표명한 사실을 당사자가 먼저 공개하고 청와대가 그 뒤에 확인하는 모습도 자연스럽지 않다.

김 장관이 본보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친기업적 발언을 하고 노 대통령이 위헌 가능성을 제기했던 선거법 9조(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가 위헌이 아니라고 소신 발언을 하는 등 청와대와 ‘코드’가 다른 행보를 보이자 청와대 참모진이 김 장관 경질을 위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치밀하게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김 장관을 교체할 계획 자체가 없다”고 한 27일까지 정례 브리핑 때마다 김 장관의 교체 가능성을 물었다. 천 대변인은 기자들의 질문에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 “사의 표명을 한 국무위원이 없지 않느냐” 등의 답변을 했다.

그러나 검찰과 법무부에서는 청와대의 공식 해명을 거꾸로 ‘김 장관이 자진사퇴를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많았다고 한다.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김 장관이 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시점은 정 위원장에 대한 인사 검증 절차가 이뤄진 26, 27일경으로 안다”며 “표면적으로는 ‘교체 계획이 없다’면서도 후임자를 물색한 청와대의 이중 플레이가 김 장관에게는 상당한 치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천 대변인은 6일 김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기로 한 배경을 설명하며 “장관의 업무를 흔들어댄 것은 일부 언론”이라고 비판했다. 김 장관을 흔들어 결국 김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고 청와대로서는 김 장관의 뜻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하지만 천 대변인의 브리핑 직전 청와대의 한 386 인사는 “아프간 사태가 장기화되는 바람에 김 장관의 임기가 예상보다 길어졌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 경질을 통해 대선에 개입하겠다는 신호탄을 올린 것”이라며 “한나라당은 공정한 대선, 올바른 민주주의를 위해 ‘코드 장관’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천 대변인은 “아직 임명도 안 된 후임 장관직을 놓고 코드 장관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발언이야말로 선거용, 정략적 발언이자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것”이라고 역공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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