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신동아 ‘최태민 보고서’ 기사 출처 확인하겠다”

  • 입력 2007년 7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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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월간 신동아가 6, 7월호에 보도한 이른바 ‘최태민 보고서’의 출처를 확인하겠다는 이유로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일보 본사 7층 전산실 서버에 대한 압수수색을 두 차례 시도했다.

검찰은 기사를 보도한 신동아 기자 2명이 4월 21일 이후 주고받은 모든 e메일 목록과 내용을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한다고 밝혔다. 이는 해당 기사의 취재원뿐만 아니라 두 기자의 모든 취재원을 사실상 공권력에 노출시키고 사적으로 주고받은 e메일까지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상 보장된 언론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언론사의 취재 보도와 관련해 수사기관이 언론사 압수수색을 시도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조치다. 특히 두 기자가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나 피내사자가 아닌데도 강제 수사에 나선 것이어서 과잉 수사 논란을 빚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26일 본사 세종로 사옥에 검사 1명과 수사관 5명을 보내 7층 전산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한 데 이어 27일에도 검사 2명과 수사관 10명을 보내 2차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이에 본보 편집국과 출판국 기자 60여 명은 “취재원 보호 원칙은 언론 자유의 핵심적인 사항인 만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본사 7층 전산실 입구에서 압수수색을 막았다.

검찰 수사관들은 본보 기자들과 오후 6시 20분부터 밤늦게까지 대치하다 이날 밤 12시 무렵 돌아갔다. 검찰은 압수수색이 여의치 않자 경찰에 요청해 전경 1개 중대가 본사 외곽에 배치되기도 했다.

검찰은 신동아의 허만섭 기자가 국가정보원 직원 P 씨로부터 ‘최태민 보고서’를 입수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26일 법원으로부터 허만섭 최호열 두 기자의 e메일 계정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은 영장에서 신동아의 두 기자를 ‘피내사자의 관련인’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나 신동아 측은 “최태민 보고서는 P 씨로부터 입수한 게 아니다”며 “두 기자가 이 보고서를 입수하는 데 e메일 등 인터넷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P 씨도 최근 국정원 자체 감찰조사에서 “문건을 유출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아 측은 “압수수색 대상인 두 기자는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가 아니라, ‘피내사자의 관련인’일 뿐”이라며 “혐의가 없는 두 기자의 e메일 내용을 모두 들여다보겠다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중앙정보부가 작성한 ‘최태민 보고서’는 외부로 유출돼서는 안 되는 국가기관의 자료인 만큼 이를 유출한 행위는 중대한 범죄 행위이며 누가 유출했는지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법원 관계자는 “e메일 계정 압수수색은 해당자의 e메일 계정에서 상대편(피의자 혹은 피내사자)과 주고받은 게 있는지 서버에서 확인한 뒤 그 내용만 특정해서 출력해야지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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