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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2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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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는 검증위원들의 방대한 자료 수집을 통해 깊이 있는 질문과 답변을 통해 대선 후보 검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줬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다. ‘면죄부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후보의 답변을 재반박하는 질문들이 쏟아지면서 국민의 관심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예고된 질문, 준비된 답변’으로 진행돼 다소 싱거운 청문회로 끝났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철저한 검증에는 ‘2%’ 부족해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우선 강제 조사권이 없는 검증위원회는 각 후보 진영들이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는 데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결국 검증위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그동안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미 공개된 의혹 제기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했다.
안강민 검증위원장이 전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각종 의혹 사항을 규명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에 한계를 느꼈다”며 “수차례에 걸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기한을 연장하면서까지 이를 독촉했지만 (후보들은) 불응하거나 불성실한 답변을 보내곤 했다”고 토로한 것도 청문회의 ‘태생적’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 준 대목이다.
결국 TV에 생중계된 검증위원의 질문과 후보자의 답변 태도를 보고 국민이 각자 옳고 그름을 판단토록 하는 청문회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차원에서 구성된 검증위가 ‘정치적 중립’을 유지하기 힘든 구조였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일부 검증위원은 “많은 사람이 존경하는 육영수 여사” “주제넘은 질문이지만…”이라며 두 후보에게 깍듯이 예우를 갖추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청문회가 두 주자를 둘러싼 각종 루머와 의혹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기여한 측면은 있다. 결국 제기된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은 검찰 수사와 추가 검증 절차에 의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검증 청문회와 별개로 병역 재산 납세 범죄 학력 등 5개항 자료를 선거일 24일 전 대선 후보 등록 때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현행 선거법을 개정하는 등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그동안 ‘면죄부 청문회’ ‘맹물 청문회’가 될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진국 청문회’로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범여권-민노 “면피용 부실 청문회”▼
19일 검증청문회 대상에서 제외된 한나라당의 다른 대선주자들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청문회에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노코멘트하겠다. 내가 보조 출연자냐”며 이른바 ‘빅2’만 집중 조명되는 데 대해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원희룡 의원은 “지방에 다녀오느라 청문회를 보지 못했다”고만 말했다. 고진화 의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원 의원과 고 의원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당 검증위 관계자는 “접수된 의혹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나머지 3명의 주자와 관련된 것은 한 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비(非)한나라당 진영은 ‘면피용 청문회’, ‘부실 청문회’라고 깎아내렸다. 열린우리당 윤호중 대변인은 “실체적 진실에는 관심이 없고 부실한 질문과 답변으로 변죽만 울린 부실한 청문회였다”며 “미리 질문 문항을 주고 모범 답안을 준비한, ‘짜고 치는 고스톱’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중도통합민주당 장경수 대변인은 “얼토당토않은 맹탕 검증 코미디로 국민의 귀중한 시간을 낭비한 꼴”이라며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말 경연대회가 예비 후보들을 따라다니는 의혹들을 깨끗이 걷어 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면 천부당만부당한 착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김형탁 대변인도 “하나마나한 청문회이고 시간 낭비, 전파 낭비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유신 말기 크리스찬아카데미 사건으로 구속 수감됐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박 전 대표가 5·16군사정변을 “구국의 혁명”이라고 한 것을 강력히 비판하며 “박 전 대표는 쿠데타 미화 발언에 대해 국민과 민주화운동 유가족에게 즉각 사과하라”고 말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원은 “비록 정치적으로는 적진이지만 박수를 보낸다”며 “미흡한 점은 많았지만 발전시켜 가야 할 훌륭한 시도이며, 범여권 대선후보 선출 때도 후보검증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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