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선주자 의혹 수사 ‘고소 취하’ 논란

  • 입력 2007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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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고심…이명박 전 서울시장 친인척 관련 부동산 의혹 등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안상수 한나라당 공작정치 저지 범국민투쟁위원장(왼쪽 사진 오른쪽)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 전 시장 측 이재오 최고위원과 숙의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주문한 정상명 검찰총장(오른쪽 사진)이 이날 점심식사를 하러 가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차에 오르고 있다. 이종승 기자·홍진환 기자
고심… 고심…
이명박 전 서울시장 친인척 관련 부동산 의혹 등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안상수 한나라당 공작정치 저지 범국민투쟁위원장(왼쪽 사진 오른쪽)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 전 시장 측 이재오 최고위원과 숙의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주문한 정상명 검찰총장(오른쪽 사진)이 이날 점심식사를 하러 가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차에 오르고 있다. 이종승 기자·홍진환 기자
지도부 “訴 취하를…검찰에게 당 운명 맡길수 없어”

검찰선 “수사 계속…후보비방-흑색선전 여부 검토”

검찰의 한나라당 대선 주자와 관련된 의혹 수사를 놓고 한나라당과 검찰의 대치가 심상치 않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9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이 박근혜 전 대표 측 관계자들을 상대로 낸 검찰 고소를 취하할 것을 이 전 시장 측에 요구하면서 검찰의 경선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려 했다.

하지만 검찰은 고소 취하와 무관하게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맞섰고 이 전 시장 측과 박 전 대표 측의 반응도 엇갈리는 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모든 고소 고발을 취하하라=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당장 검증과 관련해 캠프 차원에서 수사기관이나 외부 기관에 고소 고발한 것을 모두 취하해 달라”고 이 전 시장 캠프에 촉구했다.

강 대표는 “우리 운명을 검찰의 칼날에 갖다 놓고 알아서 해 달라니 정신 나간 사람들이 캠프에 모여 있는 것 같다”며 “외적에 대해 사생결단으로 싸워야 하지만 집안싸움은 ‘금도’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고소한 것 자체가 난센스”라며 “왜 고소를 해서 검찰을 정치판으로 끌어들이느냐. 왜 이런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소를 취하해야 하며 잘못한 게 있으면 인정하고 국민의 양해를 구하는 게 순서”라며 “고소인 쪽에서 고소를 했으니 여기까지만 수사해 달라는 게 세상에 어디 있느냐”고 비판했다.

▽李 측 ‘상황 주시하며 일단 유보’ vs 朴 측 ‘해명이 우선’=이 전 시장 캠프는 고소 취하 여부를 놓고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캠프는 이날 오후 박희태 선거대책위원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의견을 모았으나 찬반론이 맞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10일 다시 논의키로 했다.

이 전 시장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고소 취하 찬성론자들은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 의혹 부풀리기로 이어질 테고, 무엇보다 경선 전에 수사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면서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고소를 취하하면 국민이 이 전 시장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한편 고소 취하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 씨 법률대리인인 김용출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명예가 심각히 훼손됐기 때문에 끝까지 간다는 생각”이라며 “다만 이 전 시장 캠프가 어떤 결정을 내릴 경우 그 결정을 고려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박 전 대표 측은 소 취하와 무관하게 각종 의혹에 대한 이 전 시장의 해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혜훈 대변인은 “소를 취하한다면 정치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한다는 생각으로 이해하고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소를 취하한다면 땅을 판 돈을 어디에 썼는지 등 문제가 됐던 각종 의혹에 대해 이 전 시장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대변인은 “야당 안방으로 호랑이를 불러들이더니 이제 와서 ‘내 살코기가 맛이 없으니 물어뜯지 마세요’라고 애걸복걸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이 전 시장 측을 비판했다.

박 전 대표 측은 당 지도부의 태도도 문제 삼았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당 지도부의 고소 취하 요구에 대해 “매사 당 지도부가 오해받을 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취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 전 시장 측이 잘못한 것을 스스로 창피해 취하를 못하니까 당 지도부가 나서 도와 준다는 인상이 든다”고 지적했다.

▽검찰, ‘취하해도 계속 수사’=대검찰청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개인적인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것인지,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이나 흑색선전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다면 계속 수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측에서 고소 고발을 취하해도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지’할 경우 계속 수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검찰은 또 이 전 시장 측이 제기한 국가기관 정부 유출 의혹 수사도 계속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이 같은 강경한 태도는 ‘실체적 진실 규명’을 명분으로 칼을 빼든 상황에서 정치권의 입김에 의해 칼을 집어넣을 경우 검찰의 위상과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검찰 내 정치권에 대한 불만도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가 이날 “검찰이 정치권이 수사를 해 달라고 하면 하고,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하는 데냐. 고소가 취하돼 수사를 중단했다가 다시 고소가 들어오면 또 수사를 하라는 거냐”고 비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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