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前의장 열린우리당 탈당…“대통합 마중물 될것”

  • 입력 2007년 6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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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이 18일 국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즉생의 각오로 대통합의 마중물이 되겠다”며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이 18일 국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즉생의 각오로 대통합의 마중물이 되겠다”며 탈당을 선언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 중 한 사람인 정동영 전 의장이 18일 열린우리당을 떠났다.

집권 여당의 의장을 두 번이나 지냈지만 정 전 의장은 동반 탈당 의원 없이 혼자 기자회견을 했다.

정 전 의장은 “열린우리당은 오만한 자세와 정체성을 둘러싼 공리공담, 파당 짓기로 서민과 중산층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며 “오늘의 참담한 민심이반은 소외된 계층을 살피지 못하고 국민의 삶을 구체적으로 개선하지 못한 뼈아픈 업보”라고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자인했다.

정 전 의장의 탈당으로 열린우리당은 창당 주역들이 대부분 당을 박차고 나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했다. 창당 3인방이었던 이른바 ‘천-신-정’ 가운데 천정배 의원은 1월 28일 탈당해 이제 당엔 신기남 전 의장만 남게 됐다.

2003년 7월 한나라당을 전격 탈당해 새천년민주당의 신당 논의를 촉발하고 그해 10월 열린우리당 창당을 이끌었던 ‘독수리 5형제’ 중 김부겸, 안영근 의원, 이부영 전 의장 등도 이미 탈당해 현역 의원으론 김영춘 의원만 남았다.


▲ 동영상 촬영 : 김동주기자

정 전 의장의 정치 역정은 곡절이 많았다. 그는 첫 의장 때인 2004년엔 4·15 총선을 진두지휘해 47석에 불과했던 ‘초미니 여당’ 열린우리당을 152석의 ‘거대여당’으로 거듭나게 했고, 총선 후엔 노무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통일부 장관으로 입각해 ‘대권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2·18 전당대회로 다시 당 의장이 된 뒤엔 5·31 지방선거 참패 후 의장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이어 지난해 7·26 서울 성북을 보궐선거에 출마하라는 노 대통령의 요청을 거절하면서 비노(非盧·비노무현)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정 전 의장은 19일 김근태 전 의장과 만나 대통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 전 의장이 처한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그는 비노 진영의 대표주자로 자리잡으며 범여권 내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친노(親盧·친노무현) 진영의 중심으로 급부상한 이해찬 전 총리의 틈바구니에 낀 처지다.

더욱이 정 전 의장과 함께 열린우리당을 양분해 온 김근태 전 의장의 12일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은 정 전 의장에게 ‘2선 후퇴’까지 압박하고 있다. 대통합 행보의 경우엔 김 전 의장이 주도권을 쥔 모양새다.

그를 도울 수 있는 현역 의원도 많지 않다. 최규식, 김낙순 의원 등 일부 정 전 의장 계파 의원들이 2월에 탈당해 중도개혁통합신당에 합류했다. 박명광, 박영선, 김현미 의원 등 측근들은 대부분 비례대표여서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기 때문에 탈당을 감행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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