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200]“공약 꼼꼼히 점검… 대선 길잡이 될 것”

  • 입력 2007년 6월 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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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함(연세대 행정대학원장) 한국정치학회장이 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동아일보와 한국정치학회가 구성한 ‘2007 대선 매니페스토 평가단’의 활동 방향을 말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양승함(연세대 행정대학원장) 한국정치학회장이 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동아일보와 한국정치학회가 구성한 ‘2007 대선 매니페스토 평가단’의 활동 방향을 말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 평가단 이끄는 양승함 연세대 행정대학원장 인터뷰

“저희 팀이 이번 대선에서 국민이 후보를 선택할 때 가장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동아일보와 함께 한국정치학회가 구성한 ‘2007 대선 매니페스토(Manifesto·참공약 선택하기) 평가단’을 이끌고 대선 후보들이 내놓을 정책공약을 평가하게 될 양승함(57) 연세대 행정대학원장(정치외교학과 교수)은 1일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양 교수는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연세대 리더십센터 소장, 통일부 정책평가위원, 국회의원 연구단체 평가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한국정치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양 교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책 경쟁을 할 시간이 없는, 너무 늦은 시점에 범여권의 단일 후보가 결정되면 후보가 지역주의 등 비합리적인 선거 전략에 호소할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선거 매니페스토는 왜 중요한가.

“대체로 여태까지 한국 선거운동은 ‘네거티브 캠페인’이 주종을 이뤘다. 이것을 극복하고 정치가 발전하려면 정책선거를 해야 한다. 매니페스토 운동은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데도 훨씬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제공할 수 있으며, 책임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매니페스토를 하면 분야별로 후보가 내세우는 공약의 정책 목표와 방법, 재정, 집행 시기와 기간, 단기적 계획들을 구체화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가 끝난 뒤 객관적으로 공약 이행 정도를 평가할 수 있다.”

―올해 대선을 정책선거로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대선은 어느 때보다도 경제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이는데, 경제 문제와 관련된 공약은 정책 검증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또 현재 정치권이 심각한 이념 대결 양상을 보이는데, 이런 이념 대립도 정책 선거를 통해 더욱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재 비한나라당 진영은 뚜렷한 후보가 없는 상황인데, 공약 평가가 가능할까.

“아무래도 평가 시기는 늦어질 것 같다. 범여권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후보자들 간의 정책을 종합적으로 비교하기 힘든 상황이다. 후보자로 정해지지도 않은 사람의 정책을 정확히 알긴 어려우니까…. 하지만 범여권이 통합돼 단일후보가 나오면 한나라당 후보와 아주 뚜렷한 정책적 차이가 나타날 것 같다. 그때는 기간이 짧더라도 정책선거가 가능할 수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범여권 후보가 너무 늦게 결정되는 것이다. 선거가 임박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식 통합이 이뤄지고 후보 처지에서 정책 경쟁을 할 시간이 없다면 지역주의 등 비합리적인 선거 전략을 채택할 소지가 있다.”

―한나라당 정책토론회를 본 소감은….

“본격적인 정책토론이 안 된 것 같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정책 평가가 이뤄지기보다는 상호 주장만 남발한 토론이다.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더 구체적으로 나와야 하고, 실현 방법이나 내용이 더 뚜렷하게 제시됐어야 했다. 특히 재정 조달 문제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후보 진영들이 벌이는 일종의 탐색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대선에서 정책 이슈는 어떤 것들이 될까.

가장 중요하게 부각될 분야는 역시 경제라고 생각한다. 분배 중심의 정책을 펴나가야 하느냐, 아니면 성장 위주의 정책을 할 것이냐가 가장 큰 문제다. 세부적으론 세금 정책과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 정도, 부동산 문제, 정부 부채 문제 등이 있다. 정치·외교 분야에서는 정당 개혁과 북핵 문제, 남북 관계와 한미 동맹 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될 것 같다. 사회 분야에서는 사회 고령화와 양극화 문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 문제 등이 있다.”

―지난해 5·31지방선거 당시 매니페스토 운동을 평가해 달라.

“매니페스토의 개념이 1년 만에 상당한 수준에서 확산된 것이 사실이고, 정책 중심의 선거를 유도하는 성과도 거뒀다. 다만 그것이 실제 투표 행위로 이뤄졌느냐 하는 문제는 있는 것 같다. 아직은 우리 선거 풍토가 정책 이외의 다른 투표 결정 요인, 한마디로 지역주의가 많이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매니페스토 운동은 후보자나 정당 중심이 아닌 시민단체가 주도했는데, 선거 개혁을 주장하는 일종의 시민운동 성격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객관성과 중립성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고, 실제 투표 행위로도 잘 이어지지 않았다. 정치인들이 스스로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매니페스토를 가장 먼저 시작한 영국에서는 정당이, 한국보다 먼저 매니페스토를 도입한 일본에서는 후보자가 중심이 됐다.”

―후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공약들 위에 먼저 비전(vision)이 있어야 한다. 개개의 정책은 그 자체론 이벤트에 가깝다.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뉴 프런티어십’이란 비전이 있었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에 대한 평가와 상관없이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가 있었다. 후보들은 이런 구체적인 비전 아래 분야별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본 계획인 전략,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과 재정 확보 방안 등을 제시해야 한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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