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철희]한중일 3국 협력이 절실한 이유

  • 입력 2007년 6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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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제주도에서 한중일 3국 외교장관회담이 열린다. 1999년부터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3(한국 중국 일본) 정상회담장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리고 2004년부터 3국 간 외교장관회담이 별도로 개최돼 왔지만 기본적으로 아세안+3의 일부로 곁다리처럼 열리는 모양새였다. 이번에는 한중일 외교장관이 따로 만난다는 데 의의가 크다.

한중일은 동아시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85% 이상을 차지한다. 동아시아 협력체의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사와 영토 문제를 둘러싼 껄끄러운 감정이 3국 간 협력을 뒤로 미뤄 왔다. 유럽과 북미에서의 지역협력체 등장을 물끄러미 바라봐야 했고 동아시아에서도 아세안이 제안한 협의체에 얹혀서 회담을 하는 게 지금까지의 모습이었다.

한중일 3국을 합치면 전 세계 인구의 23%로 4분의 1에 육박하고 전 세계 GDP의 5분의 1에 가까운 18%를 차지한다. 세계 교역량의 17%가 한중일을 발판으로 한다. 세계의 가장 역동적인 경제권이라는 사실에 토를 다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3국 협력과 통합이 늦어지는 점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회담은 아세안을 통해 이뤄지는 ‘우회적 지역주의’에서 벗어나 한중일이 동아시아협력을 이끌어 가는 ‘선도형 지역주의’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동아시아 협력의 견인차가 한중일 3국이라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동아시아 협력의 주도권을 찾아와야 한다. 아세안+3을 한중일 3국이 이끌어가는 3두마차형 ‘3+아세안’으로 만들자는 뜻이다.

동북아 3국은 안보에 대한 서로의 견제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 때문에 이제까지 물밑에서 쌓아 온 협력의 틀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한중일 3국 간에는 경제 및 금융, 환경, 에너지, 문화 및 인적 교류에서 실제적으로 괄목할 만한 협력의 틀을 만들어 왔다. 한중일의 3국 간 인적교류가 각각 400만 명을 돌파하는 시대다.

이제부터는 심화되는 사회경제적 연계를 공식화, 제도화하면서 장기 비전을 만들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워 나가야 할 때다. 테러 마약 해적 등 비전통적 안보나 북한 문제를 둘러싼 다자 간 안보 협력은 물론 황사 등 환경문제, 해양오염, 자원개발, 에너지 등 3국이 힘을 합쳐야 하는 공동관심사가 증가 일로에 있다. 과거사 문제가 있다고 눈을 돌리고 뒤로 접어두기엔 시급한 사안이자 장기적인 대책을 요한다.

이번 회담에서 중요한 점은 협력 가능한 분야에서부터 3국 협력과 연대의 물꼬를 확실히 터 가는 것이다. 환경 에너지 청소년교류 항공자유화 등 기능주의적 협력을 가속화함으로써 상호 이해와 신뢰의 제도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서로의 발목을 잡기보다는 서로가 시샘하듯 경쟁적으로 앞을 다투어 협력해 나가는 틀을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은 경쟁의식이 강한 중국과 일본의 중간에 위치하면서 전략적인 가교 및 조정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 협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를 충분히 활용하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그 일환으로 동아시아의 협력과 연계되는 ‘동북아 비전그룹’과 같은 연구회의 발족을 제안함으로써 3국 협력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진취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또 3국 간 협력이 미국이나 몽골 등 동북아의 작은 국가를 배제하지 않는 ‘열린 지역주의’가 되게 포괄적 지역주의를 지향하도록 제안해야 한다.

박철희 서울대 교수 국제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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