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일문일답 전문

  • 입력 2007년 3월 19일 16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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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신당 창당하겠다는데 구체적인 계획은.

=지난번에 제가 참석했던 ‘전진코리아’도 새로운 정치세력의 바탕이 될 수 있다. 전진코리아는 386세대 중에 기존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386정치에 관한 국민적인 부정적 인식을 반성하고 극복할 수 있는 적극적인 사회참여 세력이다. 그런 분들도 앞으로 새로운 정치 세력 형성에 바탕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드림팀을 구성하겠다고 했는데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과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포함되나.

=정 전 총장은 국제적인 훌륭한 비전을 가지고 경영 능력을 보여준 분이다. 진 전 장관은 미래 산업의 상징이다. 이런 분들은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해 중요한 힘이 된다. 그런 드림팀을 확대해 나가서 미래, 평화, 통합의 새로운 정치 질서를 만들어 가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과 함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이 저의 생각이다.

-탈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 손 지사께서도 탈당을 안 하겠다고 말했는데 탈당을 결심하게 된 구체적인 계기와 이유는?

= 굳이 말 할 것도 없다. 탈당이 내게 큰 고통을 가져다주리라는 건 여러분들도 잘 알 것이다. 지금까지 난 한나라당의 미래와 주인이라 자부해왔다. 정치를 하는 동안 난 ‘무엇이 되느냐 하는 것보다도 어떠한 정치를 국민에게 보여주는가’를 더욱 중시해왔다.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도 오히려 국민들에게 품위 있는 정치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한 게 아닌가를 두고 무척 고민했다.

그동안 특히 지난 며칠 동안 내 머릿속을 꽉 채운 화두가 ‘욕심을 버리는 것’이었다. 무엇이 진정 욕심을 버리는 것일까? 어쩌면 한나라당 경선에 참여해서 장렬하게 전사하고 사망하는 것이 욕심을 더 크게 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국 그것은 내 자신을 위한 욕심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현재의 한나라당을 바꿀 수 있다면 장렬하게 산화하고 전사해도 아까움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동안 내가 들인 노력과 고통 등에 비춰서 생각해 봤을 때 앞으로 모든 것을 다 동원해도 한나라당은 더 이상 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난 나의 실패를 깊이 통감한다. 그래서 내 개인의 품위나 국민과 당원들로부터 참 괜찮다는 얘기를 듣기보다는 나 자신을 던져 우리나라의 정치 틀을 바꾸는 데 하나의 밀알이 되기로 했다.

난 탈당이 얼마나 큰 고통을 줄 것인지를 잘 안다. 주변의 모든 분들이 반대했다. 같이 일하는 후배들은 차마 말은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있어 주시지’하는 안타까운 눈초리로 날 바라봤다. 그러나 난 나 자신을 버리기로 했다.

그동안 내가 정치권에 들어와서 받았던 사랑과 정성, 그리고 명예를 다 돌려드리고자 한다. 나는 이 길이 죽음의 길인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이 명성과 영예와 영광을 개인적으로 지키기 위해 내 자신의 안위만을 지킬 수는 없다.

이 나라의 정치를 꼭 바꾸고 싶다.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꼭 만들고 싶다. 85세 된 할머니가 아직도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면서 집나간 자식의 새끼를 돌봐야 하는 현실, 이런 국민들의 삶과 고통을 같이하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꼭 하고 싶다. 세계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변화하는 세계에 변화하는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정치를 하고 싶다.

어제 저녁 내가 묵었던 곳에서 신부님이 내게 해주신 말을 꼭 간직하고자 한다. 잠언 16장 3절에 나와 있는 말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야회께 맡기면 생각하는 일이 다 이뤄지리다’. 하늘을 믿는 것은 국민을 믿는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과 하늘을 믿고 이 일이 꼭 이뤄진다는 믿음 속에 꿋꿋이 나가겠다.

-오늘 기자회견문에서 무능한 진보와 수구보수가 판치는 낡은 정치 구도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고 이것이 중도를 뜻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과연 중도세력이 집권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그것도 잘 알고 있다. 많이 상의는 안했지만 가까운 분들이 내게 두 가지를 말했다. 하나는 탈당이고 다른 하나는 중도세력의 정치와 관련해서다. (그들은) 탈당을 하면 망한다고 했다. 난 망할 각오로, 죽을 각오로 나왔다.

두 번째 중도세력·중도정치는 어렵다. 우리나라 정치 풍토가 그러해 왔고, 그것이 지금 세몰이 정치로 발전하고, 그 안에서 다시 줄서기로 더욱 발전해서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지닌 헌법기관으로서의 주체성을 잃어버렸다.

새로운 정치세력은 그저 가운데 서 있는 중도가 아니다. 이리도 갈 수 있고 저리도 갈 수 있는 중도가 아니다.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가진 세력이다. 낡은 좌파, 낡은 진보는 역사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국정을 운영할 능력도 없다. 수구보수는 우리가 60~70년대에 사는 줄 안다. 경제개발논리도 그러하고 50~60년대 냉전논리에 파묻혀있다. 지금 새로운 정치세력은 단지 가운데에 있는 중도가 아니라 미래를 열면서 세계로 나아가는 선진화개혁세력이다.

한나라당이나 열린우리당 등 다른 정당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도 새로운 미래를 향한 정치 질서 구축에 스스로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환골탈퇴해서 크게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의 집권세력이 자기 반성 없이 그저 정치적인 집권만을 위한 기회만 모색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

-신당을 창당한다면 한나라당을 포함한 각 당에서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보고, 실제 의사를 밝힌 의원은 있나.

=오늘의 결심과 결단은 독자적으로 했다는 말씀을 드린다. 많은 분들과 같이 상의하고 처음부터 동참을 권유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 내가 한 말에 대한 공감대는 널리 펼쳐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뜻을 밝히면 이 뜻에 동참하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적인 오해를 막기 위해 한나라당과 범여권 등에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든다는 선언에 같이 참여할 것을 권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폭넓게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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