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교수 “한나라에 정권 넘겨도 좋다” 논쟁 촉발

  • 입력 2007년 2월 2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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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학계서 무슨 일이

최장집(64·사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 정치학계의 대표적인 진보 성향 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후 1년 동안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현실 정치에 참여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2002년 대선 직후 다른 학자들과 함께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를 만나 참여정부의 국정 방향에 관해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 교수는 지난해부터 각종 언론 기고와 인터뷰 등을 통해 “노무현 정부는 무능과 비개혁 때문에 실패했으며, 특단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한나라당으로 정권을 넘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언론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은 개혁 리더가 아니며 국민에게 사실상 탄핵을 받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특히 “민주세력은 노 대통령과 결별해야 하며 노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일상적인 관리 수준의 일만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11월 한 계간지에 실린 논문에서도 “현 정부가 국회에서 다수를 얻고도 개혁을 이루지 못한 것은 허약한 정당, 허약한 리더십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도 “내용도 없으면서 재집권을 위해 노력하자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가 인터넷 매체 ‘레디앙’에 “현 정부의 실패는 사회경제적 개혁을 보다 급진적으로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반박문을 기고하고 이를 손호철 서강대 교수가 재반박하며 진보 진영에서는 ‘진보의 위기’를 둘러싼 릴레이 논쟁이 벌어졌다. 이들은 현 정부의 무능이 진보 진영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문제의식에는 동의하고 있다.

한편 진보 진영은 노 대통령이 청와대브리핑에 올린 글에 대해 대체로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기획연구단장인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현 정부가 실패한 것을 인정해야지 이렇게 회피하려고 하면 앞으로 진보 진영은 ‘무능한 집단’으로 낙인찍혀 더 힘들어진다”고 비판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노 대통령이 원칙을 상실한 채 보수적인 정책과 진보적인 정책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면서 도리어 진보 진영에는 유연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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