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핵동결 의사 24일 개성관광 재개…北 유화제스처 왜?

  • 입력 2007년 1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최근 북한의 태도가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를 경색국면으로 몰고 갔던 지난해 하반기와는 달리 올해 들어선 핵문제, 남북 당국 간 관계 등에 대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북한은 23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의 6자회담 남북 수석대표 회동에서 핵 동결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17∼23일 4차례의 연이은 성명과 담화를 통해 남북 당국 간 관계 개선과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 활성화를 촉구했다.

노두철 내각 부총리는 21일 담화에서 “북남 협력사업이 중단된 것은 불미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고,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김완수 서기국장은 23일 “남조선 당국은 북남관계 개선의 길로 빨리 나오라”고 촉구했다.

북한은 24일엔 개성 시내 관광도 재개했다. 관광 사업자를 현대아산에서 롯데관광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중단한 지 7개월 만이다. 이날 이재정 통일부 장관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남측 인사 100여 명이 개성을 방문했다.

그러나 북한 아태평화위는 관광사업자를 당초 예정대로 현대아산으로 하기로 했다는 남측 언론보도를 부인했다.

북한은 왜 갑자기 유화 공세를 펴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선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살려 나가면서 남측의 지원을 얻어 경제적 실리를 챙기겠다는 의도일 것으로 분석한다. 북한이 ‘핵 동결을 통한 미국과의 긴장 완화→남북관계 회복→대북 지원 재개→경제 실리 획득’의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핵 폐기 등을 이행할 것으로 보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관측이 많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북한이 쌀, 비료를 지원받고 중요한 현금 창구인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핵 동결에 나설 수 있지만, 실제 핵 포기 의지는 핵 동결 후 핵 시설 신고 등 추가 조치를 얼마나 성실히 이행하는지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이 남측 사회단체들과 접촉해 “‘외세’ 등의 모호한 표현을 ‘미국’으로 바꿔 공격 역량을 집중하자”고 제안한 것도 북의 ‘이중 전술’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남북관계의 교착 상태가 길어질 경우 12월 대통령선거에서 한나라당에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것을 우려해 유화 공세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미관계가 좋아진다면 남북 정상회담도 가능해지기 때문에 북한이 남측의 여권에 호의적인 손짓을 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보수진영을 압박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잇단 성명과 담화를 통해 ‘반(反)보수 대연합 실현, 한나라당 집권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민족끼리’를 강조하면서도 남측의 ‘보수’는 따로 떼어 놓겠다는 계산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