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게무라 日 교수 “김정일, 후계자 결정권 없어 보인다”

  • 입력 2007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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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부터 북한을 주시해 온 시게무라 도시미쓰(重村智計·사진) 일본 와세다대 국제교양학부 교수는 “북한 지도 체제에 이미 모종의 변동이 생긴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후계 문제는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고 본다. 정확히 말하자면 김 위원장에게 결정할 힘이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2001년 김 위원장의 장남 김정남이 일본에서 불법 입국으로 붙잡혀 추방될 때까지만 해도 그는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결정된 상태였다는 것이 시게무라 교수의 설명. 그러나 이 사건으로 백지화됐고 지난해 봄 북한 고위층에서는 둘째 아들인 김정철밖에 없다는 말이 나돌았으나 김 위원장은 “후계 문제를 논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이 과정을 보면 김 위원장이 후계 문제를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그는 분석했다.

시게무라 교수에 따르면 북한의 지도 체제 변동을 추측하게 하는 일은 북한 핵실험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북한은 10월 3일 ‘핵실험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앞으로(in the future)’라고 표현했다. 이는 곧바로는 하지 않는다는 뉘앙스다. 그러나 10월 9일 핵실험을 강행했다. 조선중앙TV는 이 소식을 이날 두 번째 뉴스로, 노동신문은 이튿날 3면에 보도했다. 축하대회는 무려 11일 뒤에나 열렸다. 핵실험이 김 위원장의 일관된 의지대로 이뤄진 것이었다면 이렇게 우왕좌왕할 리가 없다.”

그는 “북한은 이미 김 위원장보다는 군부의 집단지도체제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북한 군부는 6자회담에서 생산적인 합의를 이룰 생각도 없다는 게 그의 견해다. “확실한 것은 북한은 핵무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경제 제재를 푸는 대가로 영변 원자로 동결 등을 거론하는 것은 나중에 다른 곳에서 다시 원자로를 가동하면 되기 때문이다. 핵개발에는 여러 시설, 여러 단계가 필요하고 북한은 도마뱀 꼬리 자르는 식으로 하나씩 내놓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 문제를 일괄 처리하려는 것이다.”

시게무라 교수는 그렇다고 북한이 전쟁 능력을 보유한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제공한 석유는 약 100만 t에 불과하다. 한국은 연간 1억2000만 t을 사용한다. 100만 t 중 60만 t 정도를 군사용으로 돌릴 수 있다. 이 분량으로는 전쟁이 어렵다. 적어도 1000만 t은 있어야 한다.”

이 점에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국이 결심하면 북한은 곧 붕괴한다. 그러나 지금은 관심이 없다. 핵을 실용화할 단계, 즉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핵탄두를 만들려면 아직 멀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적어도 2008년 베이징(北京) 올림픽까지는 안전하다고 본다.”

시게무라 교수는 1979년부터 6년간 마이니치신문 서울 특파원으로 근무했고 1989년부터 5년간 워싱턴 특파원으로 북-미 핵 협상에서 여러 국제적 특종을 보도한 한반도 전문가. 저서는 ‘북한의 외교전략’ ‘최신 북한 데이터북’ ‘외교패배’ ‘한반도 핵외교’ 등 다수.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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