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달러 현금 척척… 北특권층 ‘통큰 쇼핑’

  • 입력 2006년 12월 19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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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국 단둥(丹東) 시의 한 가죽의류 상점에서 한 여성 사업가가 옷을 고르고 있었다. 짙은 화장에 볼록하게 머리를 부풀린 채 모피가 달린 가죽 코트를 하나씩 입어 보는 이 여성은 북한 사람이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북한 특권층의 쇼핑 장면이다. 이 신문은 이런 사례들을 소개하며 “유엔의 대북 사치품 금수 조치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상류층이 중국에서 버젓이 사치품 쇼핑을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국경을 맞댄 단둥은 북한인들이 즐겨 찾는 쇼핑 장소. WSJ에 따르면 단둥에서는 옷깃에 ‘김일성 배지’를 단 채 호텔과 백화점을 오가는 북한인들이 자주 목격되고, 이들을 위해 한국어로 써 붙인 광고전단도 보인다. 광고하는 물품 중에는 컴퓨터와 노래방 기계, 비아그라도 있다.

일부 북한인은 단둥세관 검문소 인근의 도요타자동차 대리점에서 새 차를 구입하는가 하면 어떤 ‘큰손’은 고급 세단을 사는 데 5만 달러를 현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금도 북한인들의 인기 쇼핑 품목이다. 신이바이백화점 보석 코너의 한 판매직원은 “북한 여성들이 거의 매일 금으로 만든 장신구를 사간다”고 말했다. 이 백화점 로레알화장품 코너의 판매직원은 “북한인들이 단골손님”이라며 “날씬하게 보이길 원하는 여성들을 위한 보디크림이 인기”라고 말했다. 북한 여성들은 종종 강변의 스파에서 우유 목욕, 마사지 등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중국의 대북 모피 코트 및 모조 모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배나 급증했다. TV 등 전자제품은 77%, 향수와 화장품은 10% 늘어났다.

심지어 일부 북한인은 단둥에 부동산 투자를 하기도 한다. 한 북한인은 최근 방 3개짜리 아파트를 현금 10만 달러를 내고 샀다고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가 전했다.

WSJ는 미국 일본 등이 북한으로의 사치품 수출을 금지했지만 이러한 제재의 효력 발휘 여부는 북한의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은 “정상적인 상거래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며 아직 대북 금수 사치품 목록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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