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완 "선진국 자임 못하는 것은 지성과 언론 위기 때문"

  • 입력 2006년 12월 11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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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11일 "왜 우리는 선진국을 자임할 수 없느냐"라는 물음을 던진 뒤 "그 대답의 하나를 감히 대한민국의 지성과 언론의 위기에서 찾고자 한다"며 '정치언론'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 실장은 이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한해를 보내며 비서실 직원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현재 언론의 행태를 '정치언론' '언론정치'라고 규정하며 "스스로 민주주의의 파수꾼과 감시견으로서의 소임과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 실장은 올해 언론의 위기를 상징하는 세 사건으로 '뉴라이트 교과서 포럼의 한국 근현대 대안 교과서' 발표 논란, '전효숙 파동', '여기자 성추행 사건'을 거론했다.

그는 교과서포럼 문제에 대해 "일본의 극우 지식집단인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모임'이 주장, 강변하고 있는 식민사관의 한국적 변형이 아닐 수 없다" "특정세력이꿈꾸는 우리 역사에 대한 역모사건"이라고 규정하며 "그럼에도 대다수 지성과 대다수 언론이 침묵 내지 방관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보수 우익신문들이 조용한 이유는 뉴라이트 세력이 만든 역사기술이기 때문이며, 자신들의 과거사를 가리고, 정당화시키는 이론을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다수 지성계가 큰 관심이 없는 이유는 몇몇 보수 우익신문들과의 피곤한 싸움을 피하려는 것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는 무서운 현실이고, 두려운 현상이다. 파쇼적 분위기가 넘실거린다"고도 했다.

이 실장은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철회에 대해서도 "의회민주주의의 조종(弔鐘)이나 다름 없다"며 "더 큰 문제는 이 명백한 불합리와 부조리에 대한 언론과 지성의 침묵과 외면"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전효숙 파동을 '드레퓌스 사건'에 비유, "우리 사회에도 1900년대초 프랑스를 휩쓸던 반(反)셈족주의와 같은 극우의 광기가 흐르고 있다"며 전효숙 반대에는 여성, 호남, 비주류, 진보에 대한 비토론이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 또한 "우리 민주주의의 후진성과 아직도 잔존하는 일부 언론계의 깊은 내상을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과거 벌건 대낮에 벌어졌던 권언유착 구조가 사라진 뒤 어두운 야밤에 생겨난 정언유착관계의 일단이 성추행 사건으로 드러났을 뿐이라면 지나친 비약일까"라며 "대다수 언론과 지성인들의 비판마저도 국회의원의 손바닥만을 나무랐다"고 주장했다.

이들 세 가지 사건들을 거론한 뒤 그는 "그 사건의 중심엔 항상 언론이 자리잡고 있다"며 "스스로 민주주의의 파수꾼이자 감시견으로서의 소임과 역할을 포기하고외면하는 정치언론과 언론정치"라고 비난했다.

그는 특히 "일단의 학자들이 지성의 근원학문이라 할 文.史.哲이 죽었다고 선언했다"며 "이 말을 우리 사회의 지성이 상당부분 막강한 '정치언론'에 휘둘리고 있고,'언론정치'에 의해 유실돼 가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하고 싶고, 탁류처럼 흐르고 있는 정치언론과 언론정치로부터 지성의 정체성을 유지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도 생각하게 한다"고 밝혔다.

이 실장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정치언론'과 `언론정치'의 짙은 안개를 뚫어보는 혜안과 지혜를 잃지 않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고 강조한 뒤 "이럴 때일수록 방향감각이 중요하다. 방향감각을 잃지 않는다는 것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정체성의유지"라며 "역사는 본질상 진보의 흐름이며, 이 흐름을 일시적으로 기득권과 반동의저수지에 가둘 수는 있어도 곧 둑이 터지고 마는 것은 역시 시간의 조화라고 본다"고 역설했다.

이 실장의 이 글은 결국 작금의 정치, 사회적 혼란상이 정치언론에 기인한 바가크며, 이럴 때일수록 여당을 비롯한 진보세력이 '국민의 혜안'에 대한 믿음을 갖고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메시지로 보인다.

더불어 이 같은 언급은 열린우리당의 진로 논란에 대해 정체성 유지를 우선가치로 내세우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인식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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