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교수 64%, 대권후보 배우자 남편 당선에 영향"

  • 입력 2006년 12월 11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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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후보 배우자가 당선에 영향을 주는가'라는 질문에 학자ㆍ교수 100명 중 64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조은희(45) 겸임교수는 한국행정학회와 한국정치학회 소속 학자ㆍ교수 100명을 상대로 역대 영부인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한국의 대통령 부인 평가에 관한 연구'와 '대통령 배우자의 바람직한 역할과 자질'이라는 두 편의 논문으로 최근 발표했다.

조사결과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 배우자가 선거에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17.5%, '그렇다' 46.4%로 나타났다. 반면 '그렇지 않다'와 '매우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도합 6.2%에 불과했다.

역대 영부인을 보좌했던 공직자와 대통령 부인을 취재한 경험이 있는 언론인 등 영부인과 공ㆍ사적으로 가까웠던 2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집단인터뷰에서도 대선후보 배우자의 영향력이 적지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 교수는 "집단인터뷰 결과 후보 부인이 없었다면 대선 승리는 불가능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손명순 여사와 이희호 여사의 경우 대선기여도가 매우 높았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결과는 후보뿐만 아니라 후보 부인도 '대통령 만들기'의 동반자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후보 배우자도 검증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조 교수는 학자ㆍ교수들이 평가한 역대 영부인의 업적과 자질을 바탕으로 영부인의 수행 성적 순위를 매겼다.

▲부패나 비리 여부 ▲대통령 부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지식과 지혜 ▲국정운영에 참여 ▲내조 ▲최고 여성지도자로서 역할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상 ▲대중적 호감도 ▲업적 등 8개 항목을 조사한 결과 육영수 여사가 5점 만점 중 3.9점을 얻어 1위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이희호 여사가 3.1점으로 2위를 차지했으며 프란체스카(2.72), 공덕귀(2.6), 손명순(2.53), 권양숙(2.37), 홍기(2.34), 김옥숙(2.05), 이순자 (1.71) 여사 순이었다.

조 교수는 육영수ㆍ프란체스카ㆍ김옥숙 여사는 내조형으로 분류했다. 육영수 여사는 박정희 대통령의 강한 정책 드라이브에 온화한 이미지를 덧입혀 최고의 내조를 했다고 평했다.

권양숙ㆍ이순자 여사는 여성지도자형으로 분류됐다. 이순자 여사는 40대 초반의 젊은 퍼스트레이디로 당당함과 적극성을 드러냈으며 공식 석상에 부부동반으로 나란히 참석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통령 부인이라는 직책을 수행했다.

조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취임 직후에는 '조용한 청와대' 만들기를 목표로 삼았지만 임기 후반기부터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 명예위원장을 맡는 등 대외 활동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공덕귀ㆍ홍기ㆍ손명순 여사는 국민 호감형으로 꼽았다. 세 영부인은 공통으로 조용한 대통령 부인 역을 자처했다.

공덕귀 여사는 내각제와 대통령 중심제가 함께한 시대 여건 상 스스로 자신의 역할을 최소화했으며, 손명순 여사 역시 어떤 여성단체의 직책도 맡지 않는 등 공적인 활동과 일정거리를 유지했다. 재임기간이 8개월에 불과했던 홍기 여사는 '이웃집 할머니' 같은 분위기를 풍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희호 여사는 홀로 업적형 영부인으로 분류됐다. 이희호 여사는 2001년 한 해만 빼고 매해 해외 순방에 혼자 나섰으며 대통령을 대신해 유엔 아동특별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는 기록도 남겼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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