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성용]국군포로-납북자가 ‘눈엣가시’인가

  • 입력 2006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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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에서 국군포로 장무환 씨의 탈출과정이 재조명되면서 ‘대사관녀’가 국민의 공분을 샀다. 6·25전쟁에 참전했다 북한에 끌려간 뒤 45년 만에 탈출한 장 씨의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대사관 직원의 모습은 어떤 국민을 위한 정부인지 의심하게 만든다.

외교통상부는 파문이 일자 사과와 함께 “당시 국군포로의 탈출이 흔치 않아 발생한 일이었지만 이후 포로 송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외교부의 해명은 더 큰 분노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1970년 조업 중 북한에 납치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최초의 귀환납북자 이재근 씨도 장 씨와 비슷한 모욕을 당했다. 그는 1998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에서 숨어 지내다 2000년 4월 칭다오(靑島) 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반응은 매정했다.

영사관 직원은 “왜 당신을 도와야 하느냐. 당신이 국가에 세금 낸 적 있느냐. 정 한국에 가려면 밀항하든지 하라”고 말했다. 이 씨는 수차례 위협을 겪으며 한국에 입국한 뒤 영사관 직원을 직권남용으로 고소했다. 법원과 검찰은 무혐의 처리했다.

국군포로와 납북자 수십 명의 탈출을 돕는 과정에서 가장 큰 벽 가운데 하나는 오히려 한국 정부였던 적이 많다. 남북 화해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로, 중국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관련 규정과 법이 없다는 이유로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눈엣가시 정도로 생각하는 정부 관계자를 만나 좌절감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조국을 위해 싸우다 포로가 된 국군포로와 북한이 저지른 범죄행위의 희생양인 납북자는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어떤 정치적 변수, 규정과 법이 이들을 외면하는 정부를 정당화시켜줄 수 있는가.

북한에는 아직 수많은 국군포로와 납북자, 그들의 가족이 모진 탄압을 받으며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북한을 탈출했다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된 뒤 현재 평안남도 북창군수용소에 감금된 국군포로 한만택 씨도 그중 한 명이다.

한 씨는 국군 8사단 소속으로 6·25전쟁 당시 포로가 됐다. 2004년 12월 28일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서 건너온 조카와 상봉하기 위해 중국 지린(吉林) 성 옌지(延吉)의 호텔에 머물다가 중국 공안에게 체포돼 북송됐다.

공안에 체포된 지 하루가 지난 29일 정부는 한 씨의 남측 가족에게서 이 같은 사실을 전해 듣고도 적극적인 대처를 미루다 중국 정부의 발표를 인용해 한 씨가 12월 30일 북송됐다고 발표했다.

한 씨의 탈북을 도왔던 관계자에 따르면 한 씨는 2005년 1월 6일까지 9일가량 중국에 머물렀던 것으로 보여 정부가 노력했다면 송환이 가능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 씨 북송사건이 외교적 문제가 되자 외교부는 담당 과장 등을 문책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를 외면했던 잘못을 뉘우치고 적극적인 송환 노력에 나서야 한다. 외교부 장관으로 곧 취임할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이 점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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