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당신 돈이라면 이렇게 쓰겠는가

  • 입력 2006년 11월 22일 23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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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이 국토연구원 부설 건축도시공간연구소를 설립하기 위해 마련한 예산안은 정부의 예산 편성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인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국조실은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연구소 설립 예산으로 25억 원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1주일 뒤 연구소 설립을 추진한 대통령 소속의 건설기술·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김진애 위원장은 예산을 45억 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예산은 불과 30분 만에 35억 원으로 바뀌었고, 국조실은 다시 30분 뒤에 20억 원으로 줄여 보고했다. 연구 인력을 늘려 잡거나 줄여 잡느라 예산 규모가 바뀌었다지만 적정 연구인원도 정하지 않고 예산부터 따고 보자는 행태를 드러냈을 뿐이다. 국조실은 기획예산처와 사전 협의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국회에 보고부터 하고 예산을 논의했다.

하기야 청와대부터 방만하고 헤픈 씀씀이로 여당한테서조차 “인원과 예산을 줄여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판국이다. 지금의 청와대는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비대한 531명의 비서진을 운영하고 있다. 현 정부가 분권화를 주장하면서 오히려 청와대 몸집만 불려 왔다는 지적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는 민주평화통일자문위 등 25개나 된다. 이는 김대중 정부 때 18개에서 7개나 늘어난 것이다. 이들 기관의 예산은 올해 552억 원으로 2002년의 2.3배나 된다. 지난 4년 동안 대통령에 대한 조언과 보좌에 무려 6323억 원의 국민 세금이 들어갔다. 청와대는 지난해 12월부터 도서구입 예산으로 ‘직원 사기 진작용’ 오락영화 DVD 175개를 사들이기도 했다. 청와대 사람들은 각자의 가계(家計)도 세금 쓰듯이 꾸리는지 궁금하다.

국가채무가 김대중 정부 말기 130여조 원에서 노무현 정부 4년 동안 150조 원이나 늘어 총 283조8000억 원에 이른 것도 현 정부의 헤픈 씀씀이와 무관하지 않다. 국가채무는 내년에 300조 원을 넘어 나라 살림의 만성적 적자 구조를 심화시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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