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비서관, 한은 총재 예방… 미묘한 파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개최를 목전에 두고 청와대의 김수현 사회정책비서관이 6일 한은을 방문해 이성태 한은 총재와 면담한 것으로 확인돼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국정홍보처가 운영하는 국정브리핑이 최근 칼럼형 기사에 통해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 저금리로 인해 시중 유동성이 지나치게 풀린데 있다고 지적, 콜금리 인상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상황에서 김 비서관의 한은 총재 면담 사실까지 알려지자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장 막판 상승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청와대가 콜금리 인상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추측으로 시장이 출렁인 것이다.

김 비서관이 통화정책 문제를 담당하는 라인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의 비서관이 금통위 개최를 앞두고 한은을 직접 찾아 금통위 의장인 총재를 만난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다.

특히 김 비서관이 과거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다는 점을 시장에서는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한은이나 청와대 측 모두는 이번 면담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단순한 인사차 방문일 뿐 통화정책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김 비서관은 "사적으로 인사도 할 겸 방문했다"고 설명하고 일각에서 콜금리 문제가 논의됐을 것이라는 추측에 대해 "내가 맡은 분야가 보건복지·환경인데 금리에 관해 얘기한다면 월권도 보통 월권이 아니다. 황당무계한 얘기"라고 일축했다.

한은 관계자도 "과거 금통위를 앞두고 재경부나 정치권 등에서 '잡음'이 들려오고 한때는 이를 금통위가 '압력'으로 느끼기도 했으나 1~2년전부터는 금통위가 외부입김에 구애받지 않고 독자적 판단에 따라 금리를 결정하고 있다"면서 섣부른 추측을 경계했다.

그러나 집값 폭등으로 잠재울 수단으로 금리인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데다 한은도 시중 과잉유동성 해소를 위해 콜금리의 추가인상이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터여서 금통위 개최를 코앞에 둔 미묘한 시점에 청와대 비서관이 한은 총재를 면담한 것 자체를 가볍게 넘길만한 것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전반적인 반응이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