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시정연설 1년 전과 극과 극… 주요정책 실패 자인

  • 입력 2006년 11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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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국무총리(오른쪽)가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새해 예산안 제출 관련 시정연설을 대독한 뒤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노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북핵 문제와 부동산 정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경제 기자
한명숙 국무총리(오른쪽)가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새해 예산안 제출 관련 시정연설을 대독한 뒤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노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북핵 문제와 부동산 정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김경제 기자
노무현 대통령의 6일 국회 시정연설에는 북한 핵 문제 등 현 정부의 역점 정책들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자인하는 허탈감이 짙게 배어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해찬 국무총리 대독으로 밝힌 시정연설에서 주요 정책에 대한 평가와 추진 방향이 상반된 데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북한 핵실험으로 인한 외교안보 정책과 부동산시장 안정 분야는 지난해 평가와 극명하게 달라졌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역사적인 전기 마련”=노 대통령은 지난해 시정연설에서 “북핵 문제는 우리의 주도적 역할과 6자회담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역사적인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또 “정부는 긴밀한 한미 공조와 남북대화의 기반 위에서 6자회담 합의 사항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를 빈틈없이 관리하고 수행하겠다. 이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해서 전쟁의 위험을 항구적으로 제거하며 동북아 평화구조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6자회담에서 9·19공동성명을 채택한 뒤의 고무된 분위기가 반영된 연설이었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은 노무현 정부의 의지와 정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6자회담 재개 협의 과정에서조차 한국은 사실상 구경꾼에 불과했다.

결국 노 대통령은 올해 시정연설에서 “지금 한반도 평화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북한 핵은 오히려 그들의 체제 안정을 해치고 심각한 경제적 곤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밝혀 그동안의 정책 추진이 실패했음을 자인했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시정연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주도권을 찾겠다는 정부의 공언이 무산된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외과 교수도 “(노 대통령이) 미사일 발사, 핵실험 강행 등 (대북 정책의) 몇 차례 실패를 통해 북핵 문제의 본질과 실체를 직시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노 대통령은 “북한이 최근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결정했지만 진로는 순탄치 않다”며 북핵 문제 해결에 자신감을 드러냈던 지난해와는 달리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지난해 시정연설에서 노 대통령은 “올 상반기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부동산시장은 8·31대책을 계기로 빠른 속도로 안정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 사회에 부동산 투기가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 이제 부동산이 투기의 대상이 되고 집 없는 서민을 울리는 시대는 끝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공언과는 달리 8·31, 3·30부동산대책은 부동산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기본적인 구조조차 왜곡할 정도의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여기에 ‘불에다 기름을 붓는’ 식의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섣부른 신도시 건설 발표는 수도권의 아파트 값 폭등 현상마저 불러왔다.

결국 올해 시정연설에서 노 대통령은 “최근 부동산시장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염려를 잘 알고 있다. 특히 집 없는 서민의 상실감은 말로 다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허탈감을 드러냈다.

또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러한 원가 공개 확대가 실질적인 분양가 인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004년 6월 민주노동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개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노 대통령이 결국 자기부정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이른 것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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