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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1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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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위기가 높아지면서 대북(對北)사업을 맡고 있는 현대아산이 진행해 온 금강산 및 개성공단사업이 자칫하면 모두 좌초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하면 한국 정부도 북한을 ‘징계’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의 중단이다.
이들 사업이 중단되면 현대아산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그룹 전체의 운명에도 암운(暗雲)이 드리울 수 있다.
현대그룹은 김대중 정부 이후 정치권력의 힘을 과신하고 철저한 사업성 검토도 없는 무리한 대북사업에 ‘다걸기(올인)’했다가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그 배경에는 총수의 독단적인 판단과 함께 정치권력과의 정경유착 및 이에 따른 ‘그늘’이 있었다. 재계에서는 “현대그룹은 스스로 잘못 판단한 부분과 함께 무리한 햇볕정책의 최대 피해자이기도 하다”란 말도 나온다.
현대그룹은 햇볕정책을 추진하던 DJ 정권과 유착해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전 4억5000만 달러를 북한에 불법 송금했다. 이 그룹이 지금까지 대북사업에 쏟아 부은 돈은 이를 포함해 1조5000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실익을 보진 못했다. 오히려 그룹은 큰 상처를 입었고 불법 대북송금사건 수사 과정에서 당시 그룹 총수인 정몽헌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행한 일까지 벌어졌다. 최근에는 북한이 ‘단물’이 빠진 현대를 주요 사업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그룹에 있어 대북사업은 계륵(鷄肋) 같은 존재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경제단체의 관계자는 “집권세력이 대북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해 오면서 현대는 겉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져들었다”며 “이제는 대북사업을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의 비극은 특정 기업이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될 경우 정치 상황이 변하면 그 기업은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기업이 권력과 너무 멀면 얼어 죽고 너무 가까우면 타 죽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특히 너무 밀접하면 대부분 타 죽는다. 지금 현대그룹은 한때 권력에 너무 근접했다가 결정적 위기를 맞을 상황에 처해 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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