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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0월 9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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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외교안보정책의 전면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북한의 핵무장 목적은 한국을 볼모로 삼아 미국과의 핵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 내겠다는 것이므로 이를 극복할 새로운 안보 전략이 필요하게 됐다. 또 일본과 대만 등이 핵 보유를 추진하는 도미노 현상에 따라 중-일, 중-대만 갈등이 증폭되면서 동북아 외교의 지형이 변할 가능성도 높다. 이와 함께 북한의 핵실험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이 실패한 결과라는 게 많은 남북관계 전문가의 평가다. 이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혼용한 대북정책을 새로 수립해야 하는 과제가 대두되고 있다.》
▽군사 안보 정책 변화=앞으로 국내에선 북한에 대한 핵 억지를 위해 한국도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의 핵 보유는 동북아 전체로 핵 도미노 현상을 확산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재래식 무기를 첨단화하면서 미국의 핵전력으로 북핵 위협을 상쇄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군비통제연구실장은 “단기적으론 미국의 핵우산과 국제사회의 대북 핵 억지력을 활용하고 장기적으론 새로운 핵전략을 수립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대북 핵 억지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이 미국과 일본의 미사일방어(MD) 체제에 가입하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또 북한의 핵무기 및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미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대한 참여 확대 요구도 더는 거부하기 힘들 전망이다.
박용옥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의 핵무기는 국제적인 테러리스트들에게 유출될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로버트 조지프 미 국무부 군축 국제안보 담당 차관은 15일 한국을 방문해 PSI 참여 확대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실험은 정부의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계획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전시작전권 환수 논의는 재래식 무기 중심으로 논의했던 것”이라며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상 전시작전권 환수 시기 연기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동북아 외교관계 변화=북한 핵 억지를 위해 한미동맹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많은 외교 전문가의 판단이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북한 핵을 억지하면서 상황을 관리해 나가기 위해선 북한을 묶어 둘 수 있는 한미관계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대남 핵 위협이 곧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될 수 있도록 한미 간 신뢰가 회복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단기적으론 중국이 미국의 대북제재에 공조하면서 전략적 협조를 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중국이 핵실험을 막기 위한 대북 설득에 실패했기 때문에 당분간 미국과 보조를 맞추겠지만 장기적으로 북한을 완전히 내칠 가능성은 없다”고 예상했다.
반면 중-일관계는 북한의 핵무장에 자극받은 일본이 핵 보유를 추진하면서 갈등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동북아 역내의 균형은 중-일관계에 달려 있는데 만약 일본이 핵 보유 추진으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미국이 이를 조정하지 못하면 한국은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일본은 북한의 핵 보유란 공동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대북 포용정책 실패=이상현 실장은 “대북 포용정책, 햇볕정책은 실패로 끝난 게 분명하다”며 “북한의 변화를 기대하면서 실시한 정책이 결국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는 게 북한 핵실험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반면 노무현 정부와 김대중 정부가 처음부터 북한 핵문제 해결 수단으로 적절하지 않은 대북 포용정책을 쓴 것이 잘못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용옥 교수는 “햇볕정책은 결과적으로 핵 개발의 돈을 대주고 환경과 여건을 마련해 준 것으로 판명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압박할 경우 핵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방법은 앞으로도 포용 정책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한반도 통일 정책에도 장애=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가 심화되면서 한국의 외교력이 발휘될 공간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에 따라 남북이 통일을 추진하더라도 국제사회에선 통일된 한반도가 핵을 보유하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성한 교수는 “국제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위험하게 받아들이는 시각이 많아지면서 통일 정책의 근본적 장애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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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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