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핵실험 선언 후 교역-원조 발길 ‘뚝’…핵폭탄 맞은 北경제

  • 입력 2006년 10월 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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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 6·25전쟁 때 폭격으로 끊어진 오른쪽 다리는 현재 신의주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관광 코스다(위). 단둥에서 동북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는 말라 버린 실개천이 북-중 국경을 가로지른다. 북한 병사가 나타나 대뜸 돈을 달라고 소리친다(가운데). 신의주 나루터에 계류돼 있는 배들. 폐선 같지만 경제난으로 페인트를 칠하지 못했을 뿐이다. 단둥=하종대 특파원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 6·25전쟁 때 폭격으로 끊어진 오른쪽 다리는 현재 신의주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관광 코스다(위). 단둥에서 동북쪽으로 15km 떨어진 곳에는 말라 버린 실개천이 북-중 국경을 가로지른다. 북한 병사가 나타나 대뜸 돈을 달라고 소리친다(가운데). 신의주 나루터에 계류돼 있는 배들. 폐선 같지만 경제난으로 페인트를 칠하지 못했을 뿐이다. 단둥=하종대 특파원
북한과 중국의 최대 교역 관문인 중조우의교(中朝友誼橋).

신의주와 중국 단둥(丹東)을 잇는 다리로 한때 차량이 밀릴 정도로 떠들썩했던 이곳에는 요즘 썰렁하게 느껴질 만큼 적막감이 흐른다. 7월의 북한 미사일 발사에 이어 최근 핵실험 위기가 고조되면서 대북(對北) 지원물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강변을 지키는 북한 군인은 기자를 보자마자 돈부터 달라고 했다. 체면이고 뭐고 없어 보였다. 핵무장을 통해 나라를 스스로 지키겠다고 큰소리치는 북한의 벌거벗은 실상이었다.

▽썰렁한 중조우의교=중추절인 6일. 닷새 만에 단둥해관(세관)이 문을 열었다. 1일부터 계속된 연휴로 무역업자들이 불편을 겪는 것을 감안해 휴일인데도 문을 연 것이다.

그러나 북한에서 다리를 건너온 트럭은 20여 대에 불과했다. 북한으로 들어가기 위해 해관 마당에 줄지어 선 중국 측 트럭도 고작 40여 대. 트럭들은 채 2시간이 안 돼 모두 해관을 통과해 다리를 건넜다.

북한을 오가며 장사를 하는 중국인 무역업자는 “예전에는 하루 200여 대의 차량이 다리를 오갔지만 요즘은 100여 대도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의 무역량의 30%, 대북(對北) 지원물자의 70%가 이 다리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점을 감안할 때 대북 지원 및 교역량이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북한이 7월 초 미사일을 발사한 뒤 한국과 중국의 지원물자가 격감하면서 교역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이곳에 진출한 한국인 투자자들도 입을 모았다.

▽손 벌리는 북한 군인=추석을 하루 앞둔 5일 오후, 단둥 시내 중심에서 동북쪽으로 15km 떨어진 콴뎬(寬甸)만주족자치현의 압록강 변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가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폭 2, 3m의 개천만 넘으면 곧바로 북한 측 섬인 어시도(魚翅島)에 닿는다. 국경선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좁은 실개천엔 오리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었다.

잠시 바라보고 있자니 국경을 지키는 북한 병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가까이 오자마자 대뜸 북한 특유의 거친 말투로 “돈 좀 주라”고 말했다.

돈을 좀 주기 위해 개천으로 내려가는데 함께 온 중국인 관광객이 말린다. 개천을 넘으면 월경이므로 중국 측 무장경찰에게 들키면 곧바로 형사 처벌된다는 것이다.

북한 병사는 아쉽다는 듯한 표정으로 한참을 기다리다 숲 속으로 사라졌다.

▽신의주 항구엔 폐선 같은 배들만=추석날 오후 신의주 해안을 따라 관광하는 유람선을 탔다. 가까이 가 보니 해안엔 폐선 같은 배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그러나 안내인은 “폐선이 아니라 모두 현재 사용하는 배”라고 설명했다

녹슨 선박과 우중충한 건물 사이로 붉은 글씨로 크게 쓴 간판이 보인다. ‘21세기의 민족의 태양 김정일 장군 만세’라고 쓰여 있었다.

반면 단둥의 항구에선 하역 작업이 한창이다. 북한에서 고철을 싣고 온 선박도 있다.

중국단둥한국인회 관계자는 “북한이 중국에 수출하는 물자는 석탄과 구리, 철광석 같은 광물이 대부분인데 최근엔 그것마저 어려운지 고철까지 수집해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단둥=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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