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과 수도권 계속 묶는 불임(不妊)형 규제완화

  • 입력 2006년 9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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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4개 부처 이름으로 어제 발표한 ‘기업환경 개선 종합대책’은 규제완화 소품(小品) 백화점 같다. 실천과제 115개 중에는 투자를 촉진하려는 대책이 없지 않지만 큰 덩어리가 빠져 빛을 잃었다. 정부는 “높은 땅값과 인건비, 강력한 규제와 인력 부족으로 기업환경이 좋지 못해 경제가 창업, 공장 설립, 외자 유치 측면에서 활력을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참 늦게나마 이를 깨달았다면 기업들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들어줘 확실하게 전기(轉機)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도 출자총액제한 제도는 건드리지도 않았다. 수도권 입지규제 완화책도 내용이 불분명하다. 13조5000억 원을 투자해 6000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하이닉스반도체의 경기 이천공장 증설 요청에 대해서도 답이 없다. 국내기업 투자와 외자 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인 노동시장 경직성에 대해서도 아무런 해소 대책이 없다.

중소기업과 비수도권의 기업환경 개선도 의미가 있지만 정작 투자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수도권을 계속 묶어 놓는 것은 ‘불임(不妊)형 정책’일 뿐이다. 일본의 투자 활성화가 대기업-제조업에서부터 비롯됐음을 우리는 잘 보고 있다.

세계은행이 평가하는 한국의 올해 기업환경은 23위로 경제규모 12위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특히 창업환경은 116위, 고용환경은 110위다. 돈이 밖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 올해 국내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외자 유치액의 2배를 넘을 전망이다. 국내의 행정규제가 매년 성장률 0.5%포인트, 일자리 4만5000개를 날려 버린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노무현 정부는 입으로는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면서도 2003년 2월 7778건이던 행정규제를 올 9월 8083건으로 오히려 늘려 놓았다. 그러는 사이에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버렸다. 그런데도 범정부 차원에서 기업환경 개선 대책을 내놓는다면서 지엽 말단만 건드렸다. 반(反)재벌과 균형발전이라는 굴레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한 ‘이념형 규제완화’의 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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