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만 달러 함정’ 누가 팠나

  • 입력 2006년 9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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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MBC TV ‘100분 토론’에서 정부의 ‘비전 2030’ 계획에 대해 “그저 나누어 주는 복지가 아니라 ‘새로운 성장 전략’ 관점에서도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 없이 성장 없다’는 패러다임을 강조하는 게 비전 2030의 철학이라면 철학이다. 정해방 기획예산처 차관은 이날 ‘비전 2030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11년째 국민소득 1만 달러의 함정에 빠져 있다”며 비전 2030이 경제력과 삶의 질을 세계 일류국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지도라고 했다.

그러나 규제 폐지 등 제도혁신이 앞서지 않는 비전 2030은 무리하게 세금 걷어 퍼 주다 나라살림을 위태롭게 만드는 백일몽에 불과하다. 정부는 저소득층에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할 것이라고 큰소리치지만 그 말 속에 ‘함정’이 있다. 노 대통령은 TV 토론에서 “일정한 생활수준이 유지돼야 노동 의욕과 노동 능력을 유지해 갈 수 있다”고 했으나 국가가 세금으로 생활수준을 유지시켜 주려들면 의욕도, 능력도 없어진다는 것이 실패한 국가들의 공통된 경험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비전 2030에 대해 “복지 지출과 세금 부담이 일할 의욕을 앗아가 되레 소외계층을 빈곤의 덫에 빠뜨린 다른 OECD 국가의 실수를 답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재교육과 직업훈련 평생학습을 통해 취업으로 이끄는 자립지원형 복지에 역점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OECD는 한국에 대해 “성장과 형평의 조화를 이루면서도 높은 성장률을 유지해야만 한다(it must maintain a high growth rate)”고 충고했다. 노 대통령은 서민 살림살이에 대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빈곤층은 2003년 16.9%에서 2005년 18%로 늘었다. ‘잘못된 정책을 붙들고 최선을 다한’ 결과다.

스스로 경쟁력을 길러 살아남으려는 개인과 기업엔 규제의 덫을 놓고 소외계층엔 일자리의 기회도, 일할 의욕도 주지 못하면서 영속(永續)이 불가능한 ‘복지 잔치판’을 벌이려는 정부야말로 ‘1만 달러 함정’을 파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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