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 편’ 아니면 해코지하는 盧정부 人事의 이중성

  • 입력 2006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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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가 산하기관장을 ‘내 편’으로 채우려는 시도가 공정한 인사권 행사 수준을 넘어섰다. 가히 ‘인사 횡포’라 할 만하다. ‘전효숙 사태’도 청와대가 법 절차를 찬찬히 따져 볼 생각도 않고, 그를 임기 6년짜리 헌법재판소장에 앉히는 데만 급급해 저지른 일이다.

방송위원회가 평가한 KBS의 경영효율성은 지상파 3사 가운데 꼴찌다. 그런데도 정연주 사장은 3년 임기를 채우고도 연임을 기다리며 80일째 사장 직무대행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KBS 직원의 82%가 그의 연임에 반대한다는 조사결과가 올 4월에 나왔다. 하지만 경영성적과 상관없이 그를 어떻게 해서라도 연임시키려는 ‘힘’이 계속 작동하고 있다.

현 정부는 임기가 남은 기관장도 구실을 붙여 내쫓고, 임기가 끝난 기관장은 경영성적이 좋아도 “참여정부에 연임은 없다”며 밀어낸 뒤 낙하산을 투하했다. 그러나 ‘진짜 내 편’은 예외다. 최근엔 국립현대미술관 김윤수 관장과 국립국악원 김철호 원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둘 다 코드가 같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출신이다.

‘내 편’으로 선거에 나갔다가 떨어진 사람들을 거두어 주는 인사는 거의 병적(病的)이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겨 대전시장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염홍철 씨를 장관급인 중소기업특별위원장에 내정했다. 대구시장 낙선자 이재용 씨는 최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됐다. 청와대는 염 씨에 대해 “중소 벤처기업 정책을 집행한 경험이 있다”고 하고, 이 씨에 대해선 “치과병원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고 이유를 댔다. 낯 두꺼운 ‘국민 놀리기’다. 공모제는 허울만 남았다.

반대로 ‘내 편’이 아니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코지하고 몰아내려 한다. 국민생활체육협의회(생체협)는 대의원 대회에서 한나라당 소속 이강두 의원을 회장으로 선출했다. 그러자 문화관광부는 ‘정치적 중립’이라는 내규에 어긋난다며 승인을 거부한 채 예산을 주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생체협 내규에는 정치인 회장 배제 규정이 없다.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하게 하는 기관장에는 친여(親與)가 압도적으로 많다. 4년째 ‘노무현 코드 인사’를 해 왔기 때문이다.

현 정부 인사에 원칙이 있다면 ‘내 편만 오케이, 다른 코드는 뿌리 뽑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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