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마카오 돈줄 끊기자 “개성공단 뚫자”

  • 입력 2006년 9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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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해 말 개성공단 우리은행 지점에 계좌 개설을 요청한 것은 미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한 데 대한 활로 찾기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북한은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와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계좌를 번갈아 개설하면서 미국 재무부의 금융 제재를 피하려 애써 왔다. 하지만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차관은 “북한 자금 중 불법적인 것과 합법적인 것을 구분할 수 없다”며 ‘지구 끝까지라도 추격하겠다’는 집요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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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직거래의 틈을 노리자?=북한은 개성공단 우리은행 지점 계좌 개설 추진의 이유로 1년의 절반 이상을 공단에서 일한 남측 근로자가 북측에 내는 소득세와 북측 근로자의 임금을 은행 계좌로 수령할 때의 편리성을 내세웠다.

현재 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 15개 기업을 포함해 현대아산 한국토지개발공사 등 18개 기업과 기관은 북측 근로자 임금을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을 통해 달러로 지급하고 있다. 소득세를 내야 하는 남측 근로자는 100명이 채 안 된다. 북한 당국이 크게 불편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북한이 개성공단 우리은행 지점에 계좌를 개설하려고 했던 ‘진짜 이유’는 합법적인 남북경제협력의 틀을 이용해 미국의 감시망을 피해 보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협 사업자에 대한 허가권을 가지고 있어 사실상 남측 당국의 관리 감독 아래 이뤄지는 남북경협의 틀 속에서 송금이 이뤄지는 계좌의 경우 미국의 의심 및 감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북한이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북측이 실제로 순수한 남북경협 강화 차원에서 이 같은 전향적인 조치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측 주동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은 북한의 7월 5일 미사일 발사 이후 개성공단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던 7월 28일 “개성공업지구는 국제 정세에 영향 없이 안정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해 개성공단 개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는 북한의 계좌 개설 요구에 대해 장고(長考)를 거듭했지만 아직 최종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당사자인 우리은행이 계좌 개설 불가 의견을 북측에 전했고 미국 역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BDA은행 제재로 선의의 피해를 본 국내 업체들=미 재무부의 BDA은행 북한 계좌 동결 탓에 남측의 대북경협 업체들도 적지 않은 피해를 본 것으로 밝혀졌다.

대북경협 업체의 A 씨는 “지난해 9월 이후 BDA은행 문제 때문에 북측에 이중 송금을 하는 등 불편이 컸다”면서 “이미 BDA은행 계좌를 통해 북측에 물품대금 등을 송금했지만 북측이 입금 확인이 안 된다며 재송금을 요구하는 통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업체는 BDA은행으로 송금했던 돈을 환수한 뒤 북측에서 제시한 별도의 ‘유로계좌’를 통해 다시 송금했다는 것. A 씨는 “송금과 환수 및 재송금과 관련한 수수료를 고스란히 물어야 했다”면서 “이 같은 피해 사례가 우리 말고도 20여 건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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