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사태, 민정수석은 뭐했나”

  • 입력 2006년 9월 1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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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지명과정에서의 편법 논란과 관련해 전직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3명은 ‘애초에 청와대의 일처리가 잘못됐으며, 이에 대한 책임규명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대중 정부 이후 민정수석을 지낸 이들은 17일 본보가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 및 처리 방안을 물은 데 대해 익명을 전제로 이같이 말했다.

우선 인사 절차에서 문제가 발생한 만큼 경위가 어떻든 전해철 민정수석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A 씨는 “대통령비서실장이 임명동의 절차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사과를 했는데, 법 해석과 관련된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민정수석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도 안 나오는지 이상하다”고 말했다.

B 씨는 민정수석이 전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헌재 재판관직을 사퇴하라고 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했다. 그는 “아무리 경륜이 부족하다지만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해도 스스로 판단해서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 후보자를 6년 임기의 헌재소장으로 임명하기 위해 원천적으로 무리수를 둔 것인지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A 씨는 “민정수석이 제대로 건의를 했는데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처음부터 잘못된 건의를 한 것인지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며 “전 후보자의 임기 6년 보장을 관철하기 위해 법리에 따른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다른 뭔가가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C 씨는 “대통령의 지시라면 민정수석이 공직 후보자에게 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신임 헌재 소장의 임기 6년을 보장하기 위해 편법을 썼다는 것 자체는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B 씨는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 만큼 전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것 외에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민정수석에게서 새 임기 6년을 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해도 본인이 ‘잔여임기 3년만 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어야 했다”며 “이제는 헌재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본인 스스로 물러서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이런 인사문제 때는 대체로 지명자들이 알아서 중도 사퇴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현재 전 후보자의 자진 사퇴 의사 표명은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등 비교섭단체 3당의 협조를 얻어 전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나 한나라당이 이를 거부하는 데다 민주당도 한나라당의 참여를 좀 더 설득하자는 입장이어서 처리 전망이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과 비교섭단체 3당은 18일 원내대표 회담을 열어 전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와 관련한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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