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ㆍ25 전쟁 중 민간인 1만7천명 학살＂

경찰과 군이 6·25전쟁 중 '보도연맹원'을 포함한 1만7700여 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정부 차원의 첫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용공 조작' 의혹이 제기됐던 '남조선민족해방전선(남민전)' 사건은 사건이 조작됐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이 단체가 북한을 찬양하고 북한과 연계를 시도한 반국가단체라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이종수·한성대 교수·과거사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보도연맹원 학살 의혹 사건', '남민전 사건', '1946년 대구 10·1사건'에 대한 중간 조사결과를 14일 발표했다.

▽보도연맹원 학살 의혹 사건=국민보도연맹은 이승만 정부가 '남한 내 좌익세력을 전향시켜 선량한 국민으로 만든다'고 주장하며 1949년 4월21일 만든 단체. 정부는 그러나 6·25전쟁이 터지자 보도연맹원을 북한에 동조할 수 있는 위험세력으로 간주해 학살했다.

과거사위의 조사에서 6·25전쟁 당시 최소한 1만7716명의 민간인이 좌익세력으로 간주돼 학살됐고 이 중 3593명이 보도연맹원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동안 보도연맹원 학살 피해 규모와 관련해서는 최소 20만 명이 학살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과거사위는 "희생자 중에는 부역 사실이 없는 양민 48명도 포함됐다"며 "입력된 전산자료로만 확인된 것이어서 실제 희생자 수는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남민전 사건=남민전은 남한 정부를 전복한 뒤 북한에 동조하는 인민정부를 세울 목표로 1976년 2월 만들어진 단체로 1979년 10월 그 실체가 드러나 관련자 77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유신정권이 반독재 투쟁을 막고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이 사건을 용공사건으로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과거사위는 "남민전 사건이 용공사건으로 조작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남민전은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북한을 찬향하며 북한과의 연계를 시도한 자생적 반국가단체'라는 대법원의 판단에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과거사위 이국재(53·변호사) 위원은 그러나 "남민전이 북한과의 연계를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쳤고 검찰 기소 내용에도 간첩 혐의는 포함되지 않아 당시 언론에 보도됐던 것처럼 '간첩단 사건'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 위원회'는 3월 남민전 사건에 연루된 29명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

▽대구 10·1 사건=1946년 10월 대구 경북 지역에서 발생해 수백 명의 희생자를 낸 대규모 소요사태로 노조 파업단과 대치하던 경찰의 발포로 민간인 1명이 사망하면서 촉발됐다. 위원회는 "당시 총격 등으로 인한 희생자 수는 미군정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관을 포함해 518명, '10·1사건 대책위' 통계 따르면 398명"이라고 밝혔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