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06년 9월 한반도의 ‘외교 풍향계’

  • 입력 2006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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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어제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한미 간에는 불행하게도 여러 가지 인식 차이가 있다”며 “인식이란 한번 형성되면 구두(口頭)로 설명해서는 안 되며 이를 불식시키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KBS 회견에서 “한미 간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어떤 문제건 있는 그대로 인식할 때 해결의 길이 열린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반 장관의 솔직한 태도가 한미동맹의 복원(復元)에 더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한미정상회담(14일)이 열리고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체제 출범(20일)이 확실시되는 이달은 ‘자주(自主)코드’에 휘둘려 온 한국외교를 추스를 중요한 기회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에선 북한 핵과 미사일, 위폐, 인권 문제 등에 대한 심각한 인식차를 좁혀야 한다. 두 정상은 동맹이라는 공통인식 위에서 전시(戰時)작전통제권, 자유무역협정(FTA) 등의 문제도 허심탄회하게 협의해야 한다. 동맹의 전제는 ‘위협에 대한 공동인식’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접점을 찾아야 한다. 사진이나 찍는 의례적인 회담이 돼서는 안 된다. 노 대통령에게 더는 시간이 없을지 모른다.

지난달 29∼31일 일본 아와지(淡路)섬에서 열린 14차 한일포럼에서 일본 측 참석자들이 한일관계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북한 문제에 대한 인식 차이’를 지적한 사실이 주목된다. 독도,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을 둘러싼 일본의 책임을 간과해선 안 되지만 노 정권의 친북(親北)적인 대북관(對北觀)이 낳고 있는 외교 파행도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일본은 아베 총리가 취임하면 ‘한국을 밀쳐놓은 채’ 중-일(中-日)정상회담을 성사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의 신임 총리가 한국을 건너뛰어 중국과 먼저 정상회담을 한 전례는 없다.

정상 간의 ‘기(氣) 싸움’ 양상을 보여 온 한일 갈등의 완화를 차제에 모색해야 한다. 마침 야치 쇼타로 일 외무차관이 차관급 전략대화를 위해 다음 주에 방한할 예정이며, 아베 측에서는 취임인사 전화를 노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거는 방안도 강구 중이라고 한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결의안 논의과정을 중국을 통해 통보받을 정도로 미일과의 공조가 무너진 상황을 방치해선 곤란하다. 한국은 ‘강대국 틈에 낀 중간 규모의 나라’이지, 외교를 파탄 내고도 홀로 설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대통령의 아집과 허장성세로는 국익외교를 복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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