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체제변화 압박시도 한반도 미묘한 정세변화”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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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대 정치학과·외교학과 총동창회 조찬모임에서 강연하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 이 장관은 이날 “한반도에 굉장히 미묘한 정세 변화가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1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대 정치학과·외교학과 총동창회 조찬모임에서 강연하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 이 장관은 이날 “한반도에 굉장히 미묘한 정세 변화가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은 16일 “한반도에 굉장히 미묘한 정세 변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대 정치학과·외교학과 총동창회의 조찬모임 강연에서 북-미, 북-중 관계를 둘러싼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우리에게는 도전적 요인도 되고 기회의 요인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남북 평화협정 체결의 전제 조건으로 주한미군 주둔과 남북한의 군사분계선 공동 관리 등 2가지를 제시했다.

▽“미묘한 정세 변화”=이 장관은 강연에서 ‘미국이 북한의 체제를 변환시키기 위해 위조지폐와 인권 문제로 압박하는 것 같은데 정부의 대응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반도에 굉장히 미묘한 정세 변화가 있다. 미국이 여러 생각을 갖고 북한을 보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북한의 개방 의지도 확인해 보고 싶어 하고 조금 더 폭넓게 북한을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 정권의 교체 내지 변동을 목표로 대북정책을 추진 중이라는 시각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이 최근 북한과의 회동에서 북측이 내놓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와 관련된 제안 4가지를 모두 거부하기로 한 것도 이 장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가속되는 북한과 중국의 경제적 협력이 10년, 20년 후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국가 전략적 사고가 없으면 우리는 또 다른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북한이 경제적으로 중국에 종속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장관이 ‘미묘한 정세 변화’를 언급한 것은 미국의 대북 압박과 북한의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 심화가 한국에 부담이 될 조짐이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한미군 주둔은 평화협정 체결의 상수”=이 장관은 “앞으로 북핵 문제가 순조롭게 풀려서 평화체제 논의가 진전될 경우 2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평화협정 체결이 가능해진다”며 “평화협정을 맺는 과정에서 주한미군 주둔 문제가 거론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평화협정이 맺어져도 군사분계선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며 분계선 관리는 남북이 공동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유엔군 사령부가 맡고 있는 군사분계선 관리를 남북한 군이 넘겨 받아야 한다는 것.

이 장관은 또 남북정상회담 개최 시기에 대해 “빨리 하면 좋겠지만 시간을 재촉할 일이 아니다”라며 “(북한이) 대선을 앞두고 정상회담을 제안할 가능성은 없다. 임기 말이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대선 결과를 바꾸려고 (정상회담 제안을) 할 수 있지만 그 경우 여당 후보에게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상회담의 정치적 이용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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